SK그룹 20여 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정교한 예측과 대응이 부족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금리 등 거시 경제 변수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움직임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각 계열사가 신사업에 뛰어들거나 대규모 투자를 벌였다는 것이다.업계에선 SK그룹이 조만간 계열사 간 중복 사업 조정, 비핵심 사업부 정리 등 고강도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을 마무리한 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밑그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CEO 모여 ‘사업 리밸런싱’ 논의SK그룹은 23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주요 계열사 CEO 20여 명이 한데 모여 그룹 전반의 ‘사업 리밸런싱’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장용호 SK㈜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등이 참석했다.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한 사업 재편 회의 내용을 SK가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그룹은 올 들어 최 의장 주재로 주요 CEO들이 참석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20년 만에 부활했지만 회의 내용은 물론 장소도 공개하지 않았다.이날 회의에선 CEO들이 각 사 실적과 전망을 설명한 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방안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장은 CEO들에게 “미리 잘 대비한 사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영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 기민하게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 의장은 일부 계열사가 신사업을 벌이거나 투자할 때 경영 환경 변화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선 “그동안 주주,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아비판도 나왔다.○배
중국 반도체 굴기의 아킬레스건은 최첨단 노광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2019년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중국 반입을 엄격히 금지한 데 이어 올 1월엔 심자외선(DUV) 장비까지 수출을 통제했다. 화웨이 등이 DUV를 이용해 신형 스마트폰에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한 칩을 장착한 것을 겨냥한 조치다.노광장비는 빛을 웨이퍼에 비춰 미세회로를 새기는 장비다. 5나노 이하 공정 등 회로선폭이 좁은 반도체를 제조하려면 네덜란드 업체인 ASML의 장비가 필수다. 중국 정부는 2020년 8월 노광장비 국산화를 위해 난니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난니완은 공산당 팔로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항전을 벌인 산시성의 협곡이다. 중국이 노광장비 개발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를 보여준다.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는 자체 기술로 28나노 공정용 노광장비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장비를 단기간에 개발했다는 사실이 중국의 잠재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SMEE는 2022년 12월 미국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미국의 제재로 오히려 중국은 지식재산권, 특허권 등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다”며 “ASML 장비는 특허가 핵심인데 중국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면 개발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중국이 ‘기술 탈취’로 ASML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ASML은 네덜란드 기업이지만 EUV에 적용된 수많은 기술은 미국, 유럽 기업들로부터 나온다. 예컨대 EUV 장비의 핵심 부품인 반사 거울은 세계 최고 렌즈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 칼자이스가 만든다
중국을 휩쓸고 있는 ‘애국 소비’ 열풍의 중심엔 화웨이가 있다. 미국 제재가 시작된 2019년부터 화웨이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18일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 ‘퓨라70’을 내놨을 때도 그랬다. 온라인 쇼핑몰은 판매 개시 1분 만에 준비한 물량이 동났다.화웨이는 중국 간판 기업 중 하나다. 회사 이름도 중화유웨이(中華有爲·중국을 위해)에서 따왔다. 1987년 광둥성 선전에서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인 런정페이 회장이 43세에 자본금 2만1000위안(약 340만원)을 투자해 출범했다. 화웨이는 1993년 인민해방군에 네트워크 장비를 납품하면서 급성장했다. 중국 정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미국은 화웨이를 15년 전부터 벼르고 있었다. 2003년 미국 정보기술(IT) 회사 시스코시스템스가 화웨이를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당시 화웨이는 도용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고속 성장이 중국 정부와의 ‘특수 관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7041억위안(약 134조원) 매출을 올린 거대 기업인데도 상장하지 않아 지배구조가 폐쇄적인 점도 의심을 증폭시켰다. 화웨이는 쓰리콤, 투와이어, 3리프 등 미 통신기업 인수에 여러 차례 나서기도 했다.2019년 5월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와 114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리고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내렸다. 2020년 8월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 장비를 조금이라도 활용한 외국 반도체 기업은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제재를 더했다.이런 기조는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