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정부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의 보너스 파문이라는 덫에 걸렸다. 한시가 급한 경기부양,각종 개혁정책 등이 AIG 문제에 발목 잡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미국 정치인 가운데 AIG의 기부금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오바마 대통령이었다는 집계 결과가 나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코스타메이사시를 찾아 타운홀 미팅을 갖고 오랜만에 국민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역설하고 개혁 예산안의 조속한 의회 통과 지지 등을 호소하는 자리였으나 "AIG 파문을 책임지고 수습하고,규제도 강화하겠다"고 해명하느라 바빴다. 캘리포니아로 떠나기 직전에는 "AIG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새 금융 규제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성난 여론을 달래야 했다. 새 기관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유사한 은행 규제 및 예금보호 권한을 갖되 은행 이외의 다른 금융회사까지 감독할 수 있는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의 코니 맥 하원 의원은 AIG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이트너 장관의 업무 수행은 재난이었고,납세자의 돈은 허튼 곳에 쓰였다"며 "진정으로 미국을 이끌어갈 재무장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에드워드 리디 AIG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재무부가 2주 전쯤 AIG의 보너스 지급 문제를 알았다"고 밝혀 가이트너를 코너로 몰았다. 2주 전은 가이트너가 밝힌 것보다 한 주 정도 빠른 시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CRP)의 발표를 인용해 10만4332달러를 기부받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에 AIG로부터 가장 많은 돈을 기부받은 정치인이었다고 보도했다. AIG는 1998년 이후 지금껏 로비자금으로 7260만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1989년 이후 정치인 기부금으로 930만달러를 지불했다.

한편 AIG는 구조조정을 위해 뉴욕 본사 건물을 매물로 내놓고,스페인 태양광 발전업체의 지분도 매각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AIG를 몰락시킨 주범으로 파생상품 사업을 담당하는 AIG 파이낸셜 프로덕트 사업부문도 4년 안에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