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제 퍼머제 등 두발용품 생산업체인 세화피앤씨의 이훈구 대표는 브라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2006년 초부터 안간힘을 쏟았다. 곱슬머리가 많은 브라질에서는 머리카락을 곧게 펴고 염색을 하는 등 헤어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 브라질을 해외시장 공략 첫 후보지로 선택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다. 브라질식품의약청(ANVISA) 등 행정기관의 자국 화장품 보호정책으로 승인이 제때 나오지 않아 1년이 넘는 기간을 허비했다. 이때 이 대표가 찾은 곳이 인케(INKE ·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브라질 상파울루 지부(의장 황보 덕)였다. 황보 덕 의장은 현지에서 10년 넘게 사업을 하며 맺어온 네트워크를 통해 세화피앤씨의 현지법인 설립을 비롯해 제품의 판매 승인 등의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통해 세화피앤씨는 지난 2월 상파울루에 현지법인 '세화 도 브라질'을 설립하고 미용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최근 들어 상파울루에 미용실 '매직스토리' 1호점을 내고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에 상파울루에만 4,5개의 직영점을 내고 하반기부터 미용실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설 계획"이라며 "올해 브라질 매출 목표는 300만달러"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케가 해외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은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벤처기업들이 인케 해외지부를 통해 미개척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글로벌 지원마케팅 전략을 마련해 인케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2000년 11월 런던과 LA 등 4개(4개국) 지부로 출발한 인케는 3월 현재 43개 지부(27개국)로 늘어났다. 인케를 통한 수출지원 실적은 2005년 2000만달러를 시작으로 매년 늘고 있으며 지난해 2억1000만달러까지 포함해 총누적 5억2000만달러의 실적을 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홍병철 인케 의장은 "어려운 한 해지만 올해는 3억달러의 수출 지원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옌지지부(의장 유대진)는 중국 옌지 소재의 신화서점에 북코리아에서 출판한 도서 20만달러어치의 수출을 도왔다. 북코리아 측은 올해는 책 판매량이 늘어 100만달러 이상의 도서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지부(의장 오동희)는 아르헨티나의 방송미디어그룹인 클라린그룹과 국내 벤처기업 간에 150만달러 상당의 게임 및 모바일콘텐츠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특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지부(의장 성백무)는 지난 2월 현지 방송그룹인 글로벌 미디어콤과 DMB(지상파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 상용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이끌어 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인케 해외 지부 수를 동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60개 지부(40개국)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벤처기업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은 4월1일부터 4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인케 해외지부 의장 등 50여명의 임원진이 모여 이사회를 열고 인케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