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보너스 문제가 모든 현안 뒤덮어
오바마 리더십 첫 시험대 될 듯


갈길 바쁜 미국을 보험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의 보너스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위기로 경제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은행의 부실 해소와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하고 제너럴모터스(GM) 등 몰락 위기에 놓인 자동차사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다 주택시장도 살려야 하는 등 미 정부의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AIG의 보너스 문제가 이를 모두 뒤덮고 있는 것이다.

AIG가 정부로부터 1천730억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을 받고도 1억6천5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직원들에게 지급키로 한 것이 알려진 이후 납세자의 돈이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사람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것에 여론이 들끓고 있고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미 정부와 의회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 언론들도 다른 현안들은 제처두고 AIG를 비롯한 금융회사의 보너스 문제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6일 AIG 보너스 지급에 격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너스 지급을 막겠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의회에서도 AIG를 비난하며 보너스를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의회는 18일에는 AIG의 에드워드 리디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청문회를 여는 등 AIG 문제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보너스 정국'에 들어간 양상이다.

이에 따라 AIG 보너스 문제가 금융위기 해소에 필요한 추가 구제금융은 물론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회생 노력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큰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미 정부는 성난 여론에 직면해 AIG에 추가로 지원할 공적자금에서 최근 지급한 보너스 만큼의 액수를 제하겠다고 밝혔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17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AIG가 최근 지급한 성과급만큼 재무부에 되갚도록 AIG에 계약조건을 부과하겠다"며 정부가 AIG에 추가로 지원할 300억 달러에서 AIG가 최근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1억6천500만 달러를 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보너스 문제가 결국 정부가 지원키로 한 구제금융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폴 캔조스키 하원의원은 18일 CNBC에 AIG의 무분별함과 이로 인한 여론의 분노가 추가 구제금융은 물론 경제 회생 노력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캔조스키 의원은 AIG의 보너스 지급이 '주식회사 미국'에 대한 여론의 불신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경제 회생을 위한 노력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의 부실 해소를 위해 갈 길은 멀고 금융부문이 안정되지 않는 한 경제 전반이 회복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AIG 보너스 문제로 정부의 추가 구제금융 등이 발목을 잡히게 되면 조속한 경제회복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정부는 현재 은행들의 부실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한 정부 추가 지원은 작년에 마련된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남아있는 2천500억달러 정도로 일단 이뤄지겠지만 미 정부가 예산안에서 밝힌 대로 추가로 7천500억달러가 더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AIG 보너스 문제로 인한 구제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의 확산이 이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날 기고한 글에서 AIG의 보너스에 대한 여론의 격노가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면서 추가 구제금융 지원은 물론 경제회생 노력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걱정했다.

프리드먼은 AIG 보너스에 대한 분노가 금융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향후 몇주간 해야할 어렵고도 매우 중요한 일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문제를 풀기 위해 일단 보너스를 받은 AIG 직원들은 스스로 보너스를 반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AIG와 은행들에게 이미 지원한 돈은 총체적인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단지 숨을 쉬는 것을 유지하도록 한 조치에 불과하다며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확실한 것은 은행의 문제가 치유되지 않으면 경제가 회복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프리드먼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라면서 추가 구제금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은행의 직원들과 의회가 돕고 시민도 고통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번이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