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살리는 아이디어 42가지' 저자강연회

"화학에 정통한 자만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시절을 아십니까"
`회사를 살리는 아이디어 42가지'라는 책을 펴내 불황을 극복할 묘안을 찾고 있는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송미정ㆍ김경철 박사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역 비트교육센터에서 열린 저자 강연회 도중 던진 질문이다.

1800년대 후반에 발명된 사진은 당시 고가의 장비를 갖추고 현상과 인화 등 복잡한 화학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만 찍을 수 있었지만 단 하나의 발상을 통해 `누구나 버튼만 누르면 되는 일'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소개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이 책을 출판한 연합뉴스가 주최하고 한국CEO연구소가 주관한 이날 강연회에는 혁신의 방법을 찾으려는 직장인 등 200여명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저자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저자들은 42가지 아이디어 중 `쓸모없는 것은 제거한다'라는 원리를 코닥 사진기 일화에 담아 설명했다.

코닥사(社) 설립자 조지 이스트만은 은행 직원이던 시절, 전문가의 영역에 있던 사진 작업에서 값비싼 장비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현상과 인화를 떼어내고 일반인은 단지 찍는 데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로 사진을 대중화할 수 있었다.

고객은 사진만 찍고 코닥사에서 나머지 번거로운 작업을 대신해 주면서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은 비즈니스 모델이 새롭게 탄생했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기존 산업계의 질서를 대체하거나 파괴하고 또 다른 시장과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 주는 대목이다.

저자들은 `제거' 외에도 `분할', `탈균일' 등 창의적 발상에 이르는 원리들을 책 속에 담아 불황을 넘어서는 혜안이 생기도록 돕는다.

기존의 체제에서는 풀리지 않고 불편하기만한 모순들이 있을 때 42가지 원리를 대입해 보면 해결안이 나오고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1946년 유대계 러시아인 겐리히 알트슐러(1926∼1998)가 창시한 `트리즈'(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를 토대로 하고 있다.

알트슐러는 1940년대 구 소련 해군에서 특허심사업무를 하면서 군 관련 기술문제를 해결하던 중 `발명가들이 발명할 때 어떤 비슷한 법칙과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트리즈라고 이름 지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과 LG, 포스코, 현대차 등 대기업에서 창의성 개발도구이자 새로운 경영혁신의 도구로 주목을 받으며 현장의 기술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이디어를 창안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송미정 박사와 같은 대학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한국산업기술대 게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경철 박사는 트리즈 이론을 국내외의 다양한 발명사례와 접목해 책을 엮었다.

이날 강연회에서도 그때그때 잘라 팔면 모양이 흐트러지기 쉬운 판두부에서 개별 포장 두부를 만들어 내 성공한 식품회사의 성공담과 일부 부품 기능을 외부로 빼내 휴대성 좋은 노트북을 만든 애플사(社) CEO 스티브 잡스의 사례 등이 소개됐다.

송 박사는 "생활 속에서 모순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을 때나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을 필요로 할 때 트리즈의 활용가치가 생긴다"며 "나도 스티브 잡스처럼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트리즈는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라며 "이진법을 쓰고 더하기 외에는 못하는 컴퓨터의 원리에서 출발한 IT 기술이 오늘날 가장 빠르고 현란하게 발전한 분야가 된 점도 `모순과 그 해결'이라는 트리즈의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