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노사 협상이 금융공기업의 임금삭감 및 신규채용 문제를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은행연합회와 금융산업노조는 33개 금융사 노사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산별중앙교섭회의를 열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을 추진 중인 금융공기업들이 임금 동결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합의에 실패했다.

금융노사 협상이 막판에 결렬된 것은 '금융권의 임금이 실질적으로 삭감돼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과 '임금을 줄일 수는 없다'는 금융노조의 입장이 정면에서 충돌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들이 '고통분담 취지를 반영하는 선에서 타협하자'는 수정안을 냈지만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금융공기업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봉 3000만~3500만원인 금융사 초임 직원의 경우 15~20%,3500만원 이상은 20~30%를 삭감해야 한다.

금융공기업 대표들은 "신입 직원들의 임금을 20% 삭감하자는 것은 기존 직원의 실질적인 임금 하향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하며 노사합의 초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공기업들은 또 인턴채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노사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임금 삭감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임금 동결에 노사가 잠정 합의했고 최종 조인만 남겨둔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정부의 지침과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금융공기업들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무산됐다"며 금융공기업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의 기본적인 태도가 바뀌지 않고서는 추후 협상에 나서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은행연합회는 당초 '임금 동결'만 이끌어 내더라도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은행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협상이 열리기 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임금을 동결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며 "노사가 합의하면 정부가 동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금융 노사는 기존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고 연차사용 촉진을 통한 수당 감소분을 재원으로 정규직 직원을 10% 추가 채용한다는 초안에 합의했다.

또 신입 직원의 1년간 임금을 20% 삭감하고 2년차부터는 현행대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초안을 마련했다.

금융공기업들이 임금 동결에 반대하며 합의초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은행연합회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향후 협상 일정도 잡지 못했다"며 "앞으로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