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치던 미국 경기가 최악을 지나 조만간 바닥을 칠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2월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일부 경제지표들이 호전되면서 투자자들도 자신감을 되찾아가고 있다. CNBC방송은 "미 경제가 마침내 회복의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17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78.73포인트(2.48%) 상승한 7395.70으로 마감했다. 13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던 7일 이후 11%가량 급등한 것이다. S&P500지수는 24.22포인트(3.21%) 오른 778.211,나스닥지수는 58.09포인트(4.14%) 올라선 1462.11로 장을 마쳤다.

미 상무부는 이날 2월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연율기준 58만3000채로,전달보다 2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증가율로 보면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주택 착공이 급증한 것은 날씨가 일찍 풀린 데다 콘도미니엄 등 다가구 주택 건설이 급증한 덕분이다. 줄곧 감소세를 보이던 주택착공 허가건수도 2월 중 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시장이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가 고개를 들면서 관련 기업 주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 6일 이후 다우존스 주택건설지수는 25% 급등했다.

하지만 주택 압류가 여전히 늘어나고 있어 주택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리얼티트랙이 최근 발표한 2월 주택압류 건수는 29만631건으로,2005년 데이터가 집계된 이후 세 번째로 높았다.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도 다소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2월 소매판매는 전월에 비해 0.1% 감소하는 데 그쳤다. 1월 소매판매 수정치는 전월 대비 1.8% 늘어난 것으로 발표됐다. 전자제품과 가구 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소비자들이 조금씩 지갑을 열고 있음을 보여줬다.

제조업 역시 전반적인 산업활동이 활발하진 않지만 바닥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작년 12월 32.9를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여 2월 35.8로 올라섰다. 여전히 기준선(50)을 밑돌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그동안 재고를 공격적으로 줄여놓은 만큼 경기회복 신호가 보이면 공장가동률을 급속히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최근 해상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국제 선박운송료 추이를 보여주는 발틱화물운임지수(BDI)도 올 들어 세 배 가까이 올랐다.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최근 원유값도 상승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1.81달러(3.8%) 상승한 배럴당 49.16달러로 마감했다.

하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애탄 해리스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이 시작된 게 아니다"며 "급격한 하강이 둔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스템이 안정되고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야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