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유럽.일본 방문..40일 만에 귀국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지난 달 6일 미국 출장을 떠난 지 40일 만인 지난 17일 오후 귀국했다.

이 전무가 해외에서 보낸 40일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긴 출장이었을 것 같다.

11년 동안 함께 살아온 전 부인 임세령씨와의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 전무가 지난 달 6일 회사 업무용 전용기편으로 미국 출장을 떠날 때만 해도 해외시장 개척과 점검을 위한 통상적인 업무 출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인 애플의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 미국내 최대 통신회사인 AT&T의 모바일부문 CEO인 랠프 델라 베가, 미 올림픽위원회(USOC) 피터 위버로스 위원장 등과 면담하고, 현지 법인을 방문하는 것이 주된 일정이었다.

그러나 전 부인 임세령씨가 2월 11일 자신을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하루가 지난 뒤에 알려지면서 출장 일정은 모두 재조정됐다.

AT&T의 초청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에서 열리는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대회에 출전하려던 일정을 취소했고, 출장 기간은 예정보다 길어졌다.

해외 체류중이던 지난 달 18일 이 전무는 법정 대리인을 통해 전 부인 임씨와 위자료, 재산분할, 자녀 양육권 등 이혼 조건에 합의한 뒤 남남이 됐다.

이후 이 전무는 이혼의 아픔과 충격을 그대로 지닌 채 해외근무의 베이스캠프인 중국 상하이(上海)를 기점으로 유럽과 일본을 돌며 해외 거래선을 만나는 데 온 힘을 쏟았다는 게 삼성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전무는 지난 달 미국에서 중국으로 갔다가, 곧이어 유럽을 방문했고, 이후 중국-일본-중국-일본 등의 여정을 거쳐 지난 17일 오후 6시께 ANA항공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고 삼성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 전무는 이달 말에는 대만을 방문해 반도체와 LCD 관련 주요 거래선과 접촉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전무가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해외 거래선들을 만나고 현지 법인을 점검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며 "대만 역시 중요한 거래선들이 많은 나라여서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혼 파문을 겪은 이 전무가 해외시장 개척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삼성 안팎에서 후계자로서의 위상과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계기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