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올해 노사간 임금 협상이 금융공기업의 임금 삭감과 신규 채용 등에 대한 이견으로 난항을 겪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회장 신동규)와 한국노총 산하 금융산업노조(위원장 양병민)는 18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33개 기관 노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산별중앙교섭회의를 가졌다.

노사 양측은 이 자리에서 올해 임금과 일자리 나누기 방안에 대해 2시간 30분 가량 논의했으나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기관의 노사 대표들은 기존 직원 임금을 2년 연속 동결키로 잠정 합의했으며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기존 직원에 대해 3~5일 정도의 연차 휴가 사용을 촉진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이뤘다.

노조측은 또 사측이 내놓은 대졸 초임 20% 삭감 방안에 대해서는 신입 직원에게 1년 수습기간에만 정상급여의 80% 이상을 지급토록 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노조 측은 이 같은 임금 동결과 일자리 나누기 방안 실행으로 마련된 재원으로 올해 신규 직원을 당초 계획보다 추가로 10% 이상 채용하자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의 일부 금융공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입 직원과 인턴을 새로 채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으며, 신입 직원의 임금을 일률적으로 20% 삭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대다수 금융공기업들은 또 기존 직원의 임금 동결 방안에 대해 정부가 제시한 임금 삭감 방침과 대치되는 만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노조측에 요구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올해 금융기관의 경영상황이 악화한 만큼 임금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성과급이 10% 이상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직원들의 임금 동결은 실질적으로 임금 삭감에 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노조의 다른 관계자는 "노사간 합의 없이 대졸 초임을 깎게 되면 저임금 직군이 형성돼 장기적으로 노노갈등과 전직원의 임금 하향 평준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신입과 기존 직원이 윈-윈하는 차원에서 수습기간에만 임금을 적게 주는 새로운 일자리 나누기 모델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그러나 "금융공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규 직원과 인턴을 동시에 채용할 수 없는 문제점, 임금 삭감을 해야 하는 등의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노조측이 제안한 방안에 합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추후 교섭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고 당분간 노사 양측이 냉각기간을 가진 뒤 다시 만나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