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신한은행장이 17일 지주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의 지휘부는 '라응찬-신상훈-이백순'체제로 짜여지게 됐다. 신한금융 라응찬 회장(71)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신상훈 행장(61)이 그룹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이백순 신한은행장(57)은 은행 경영을 총괄하는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상훈 사장,그룹 2인자로

신 사장의 지주사 사장 취임은 금융권 안팎에서 오래 전부터 예견됐었다. 은행 내부에서 신임이 두터워 라 회장을 이을 차기 후계자로 일찌감치 물망에 올랐다.

신 사장은 행장 재직 때 대과 없이 은행을 이끌었다. 2007년 2월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비상근이사(등기임원)로 올라 그룹 경영에도 참여하면서 사실상 후계자 구도를 굳혔다.

신 사장은 앞으로 그룹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라 회장은 이인호 전 사장이 있을 때도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에도 그룹의 주요 결정에만 부분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 회장의 임기가 1년 남아있지만 그룹의 무게 중심은 신 사장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 사장은 이 행장과 함께 신한의 설립 뿌리인 재일교포 관리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신 사장은 이날 오후 취임식에서 "신한금융은 그동안 겸업화와 대형화라는 전략적 목표 아래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위상과 효율성을 강화했다"며 "이런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해나가면서 4대 경영기조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신 행장은 속도를 높일 영역(Acceleration)으로 △'은행 · 비은행 균형성장,리스크 관리,인재양성'을 꼽았고,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영역(Back to Basic)으로는 △'고객가치 창조,사회공헌,글로벌 · IB사업 신중'을 내걸었다. 새롭게 추구하고 강화해야 할 영역(Creation)으로는 △'신성장동력 발굴,그룹 조사연구기능',지양하거나 감속할 영역(Deceleration)으로는 △'관료주의 권위주의'를 지적했다.

이 행장도 취임사에서 "위기에 강하고 고객 주주 직원을 건실하게 만드는 강건한 은행,고객과 사회로부터 존경 및 신뢰를 받는 공의(公義)로운 은행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은행의 기본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며 "기본에 충실해 우리의 지향점과 조직의 철학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지주는 임원급의 급여 삭감에 맞춰 이사 보수 한도를 90억원에서 85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스톡옵션도 부여 수량의 33.4%를 주가연동형으로 바꿔 신한지주의 주가상승률과 대형 경쟁사 3곳의 평균 주가상승률을 비교해 구간별로 행사 수량을 결정하도록 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