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보증금 입금시 워크아웃 재신청"

채권금융기관에서 워크아웃 종료를 선언해 또 한 번 위기에 처한 C&중공업이 독자적으로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 방안도 채권이 긴급히 회수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만 원활히 진행될 수 있어 앞으로 채권단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C&중공업은 주 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서 전날 채무유예 조치가 끝났다고 밝힘에 따라 해외의 인수 의향자에게 회사를 독자적으로 파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C&중공업은 국내 블록 생산업체 1곳과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 해외 업체 2곳으로부터 인수 의향자가 서명한 양해각서(MOU)를 제출받은 상태이다.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가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의사가 신뢰할만한 수준인 만큼 시간을 조금만 더 준다면 독자적으로 매각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C&중공업은 기대하고 있다.

라자드-미래에셋 컨소시엄과 맺은 매각 주간사 관련 계약이 유효한 데다 인수합병을 위한 기초작업을 해 놓은 점 등도 자체적으로 매각에 나설 만한 조건이 된다고 C&중공업은 판단하고 있다.

C&중공업은 인수 의향자로부터 이행보증금 100억원이 입금되면 인수 의지가 확인되는 것이므로 워크아웃을 재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독자 매각은 C&중공업 자산에 대해 담보권을 가진 채권단이 경매 등의 방법으로 채권 회수에 나서지 않아야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 회생 방안이다.

C&중공업은 채권금융기관들이 곧바로 경매 등에 착수하기보다는 회사가 매각되기까지 기다려주기를 바라는 분위기이다.

부동산이나 생산설비 등을 따로따로 처분하면 제값을 받지 못하지만, 조선업체라는 한 덩어리로 팔리면 채권 회수 조건이 더 나아질 것이므로 서로 `윈윈'하려면 매각이 제일 낫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C&중공업 관계자는 "채권단이 제시한 시간을 지키지 못했지만 이미 인수의향자가 있으므로 자체적으로 매각을 진행하겠다"며 "워크아웃은 종료됐지만, 조만간 매각이 이뤄질 때까지 `사실상' 채권 행사를 미뤄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약 독자 매각이 끝내 성사되지 않는다면 C&중공업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거나 파산신청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써야 한다.

채권단이 직접 기업회생 절차 신청이나 파산신청을 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C&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자체 매각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은 만큼 채권자들도 당분간 채권ㆍ채무가 동결되거나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법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은 선주사로부터 발주를 취소당할 위험이 있어 C&중공업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수주계약을 유지해야 기업가치가 유지되며 국가적으로도 수출을 통한 외화유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