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이자 변호사인 셰리 블레어 여사가 연금 기금을 대신해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와 프레드 굿윈 전(前) 은행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블레어 여사는 영국 노스요크셔와 머시사이드 시의회, 2개 시의회 연기금의 의뢰를 받아 투자 손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뉴욕의 법원에 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약 40억파운드의 자산 가치를 가진 이 연기금들은 RBS가 파산 위기로 구제금융을 받고,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거액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은행이 악성 부채로 "사실상 파산 상태"에 있으면서도 건실한 것처럼 투자자들을 호도한 것에 대해 은행과 굿윈 전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이들은 또 굿윈 전 최고경영자가 자기 과신으로 은행을 파산 위기로 몰고간 대출과 인수 전략을 고집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소송을 낸 연기금 측은 굿윈 전 최고경영자에 더해 톰 맥킬롭 전 회장을 포함한 은행 이사회 전원을 피고로 지목했다.

집단소송은 영국보다 상대적으로 소송 비용이 덜 비싸고 법원이 좀 더 유연한 미국에서 더 흔하게 제기된다.

소송 당사자들인 RBS와 연기금은 영국의 기관들이지만, RBS가 미국에서도 사업을 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으며, 영국 연기금 투자자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들도 이 소송에 동참할 수 있다.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블레어 여사가 이 같은 투자 손실 사건을 맡기는 이례적인 일이며, 은행의 감독 부실에 대해 비난을 받은 영국 정부로서는 당혹스런 일이 됐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