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MMF의 채권투자를 확대한 것은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풍부해진 시중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않고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는 자금경색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다.

또 금융위기로 시중 여유자금이 단기 피난처로 몰리는 '쏠림현상'으로 인해 우려되는 금융시장의 잠재적 리스크를 줄이고,경기부양을 위해 조만간 본격화할 국채 발행에도 대비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이도윤 한국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16일 "지난 주말 자산운용사들의 법인 MMF 자금 축소 결의에 이은 정부의 이번 조치는 시중 부동자금을 실물경제로 돌리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MMF는 원래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여러 가지 규제를 두는 상품이다. 주식이나 파생상품에 투자하지 못하고 회사채는 AA-이상에만 투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MMF의 평균 채권투자 비중은 56.7%(10일 기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보다 낮은 4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도록 하한선을 정했다. 이는 현재 채권 비중이 40%에 미치지 못하는 23개 펀드(총 14조2000억원)들이 채권 매수에 나서도록 강제화한 조치다.

이현철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이들 펀드가 40%까지 채권을 채울 경우 매수 여력은 1조4000억원에 그치지만 수시로 일어나는 환매 등을 고려할 때 60% 안팎의 투자 비중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60%로 하한선을 잡을 경우 9조4000억원의 매수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미국과 일본은 MMF의 채권투자 하한선이 각각 40%,50%이지만 통상 60~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부동자금이 금융권에만 머무르는 '돈맥경화' 현상 완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채권 투자 한도를 정해두면 자연히 은행권 상품인 정기예금이나 CD로의 자금 유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MMF에서 은행권 예금으로 투자된 46조원 중 상당 부분은 채권 매수에 나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은행 등이 정부에서 저리로 지원받은 자금을 채권 매입이나 기업 대출에 쓰는 대신 단기차익을 노려 MMF에 넣고,운용사는 이를 다시 은행 예금으로 굴리는 악순환을 차단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 위기 극복을 위해 씀씀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정부가 조만간 대규모 국채 발행을 준비 중인 점도 고려됐다. 금융위는 잔존 만기 1년 이내 국고채로 제한된 MMF의 투자대상을 확대,1~5년짜리 국고채도 펀드자산의 5%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현철 과장은 "MMF를 제외한 민간 부문의 투자 여력이 국채로 쏠리며 회사채 시장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축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국채 투자대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MMF 급팽창으로 높아진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다. 지난해 말 88조9000억원이던 MMF 설정잔액은 현재 123조5400억원으로 두 달여 만에 35조원이나 유입됐다. 특히 법인용 MMF는 84조4000억원으로 24조원가량 단기급증했다. 금융위기 탓에 돈 굴릴 데가 궁해진 은행 기업 등이 하루만 맡겨도 높은 이자를 주는 MMF를 피난처로 삼은 결과다.

이 같은 쏠림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꼽혀왔다. 향후 금리상승(채권값 하락) 국면이 전개될 경우 펀드의 수익성 악화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게 돼 환매를 해주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관련 법령을 개정,2분기 중 시행할 계획이지만 채권 40% 투자조항은 규정 시행일로부터 3개월간 적용이 유예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