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스트레스는 비단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업에도 골칫덩어리다. 불황 스트레스가 퍼지면 생산성이 떨어져 기업 실적도 악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의 불황 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IT(정보기술) 서비스 기업인 LG CNS는 지난달 19일 서울 본사 사옥에 직원들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실'을 만들었다. 편안하게 누워 아로마 요법을 받을 수 있는 침상 3개와 요가 매트를 비롯 LG CNS가 올해부터 상용화하기 시작한 원격 건강 진단 시스템인 '터치닥터'도 구비해 놨다. 전문 상담원도 채용했다. 직원들에게는 근무시간이라도 언제든지 내려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자리만 지키는 것보다 근무시간 중이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작년 10월 PB(프라이빗 뱅킹)센터 직원 등 펀드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직원들은 전용 상담 사이트인 '직원상담센터'에 접속해 질문 항목에 대답하면 스트레스 정도를 알려주는 종합 수치를 받아볼 수 있다. 유동우 신한은행 직원만족센터 차장은 "상태가 심각할 경우 외부 의료 기관과도 연결해 준다"며 "5개월 동안 1300여 명이 신청해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그램 도입 전만해도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종합 수치가 평균 이하로 나온 사람은 안도감을,평균 이상인 사람은 관리해야 겠다는 자각 효과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신경을 쏟고 있다. 외부의 전문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오라클은 최근 금융 기관에 IT 시스템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를 초빙,'스트레스와 더불어 사는 법'이라는 특별 강연을 제공했다. 한강수력발전처도 올초 웃음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로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업소를 만들자는 차원에서 'FUN(재미) 경영 특강'을 실시했다.

박동휘/이정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