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단기외채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불안이 개선되지 않는 한 '9월 위기설''3월 위기설' 등의 위기설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5일 '국내 위기설로 본 금융불안 진단과 대응' 보고서에서 한국은 단기외채 비중이 높아 외부 환경이 악화될 경우 위기설이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1997년 외환위기와 지난해 9월 위기설을 비교하면서 단기외채가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7년 45.4%와 지난해 9월 44.6%로 거의 같다는 점을 지적했다. 외국인이 단기간 자금을 회수해 나가면 위기가 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올 만하다는 얘기다. 단기외채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론 39.7%로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다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만기 1년 미만 외채) 비율은 2007년 말 77.8%에서 지난해 말 96.4%로 높아졌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연구소는 여기에다 자본시장 및 수출에서의 대외 의존도가 높고,외환시장 구조가 취약하며,외환위기 충격의 경험(trauma) 등이 남아있어 위기설의 반복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올 들어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최악의 경우 외환보유액이나 외국과의 통화스와프 자금 등으로 단기외채 상환수요를 감당할 수 있어 실제 위기가 파국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정부가 단기외채 비중을 줄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시중은행이 외화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받을 경우 수수료를 인하해주고 한시적으로 경영불간섭을 표명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단기외채를 줄여나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현재 300억달러에서 2배 늘리고 만기도 최소 2년 이상 연장하면 위기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4월 말 만기가 되는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도 규모 확대 및 만기 연장이 필요하며 EU(유럽연합)와의 통화스와프 체결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은행권의 단기외채 비중이 개선되지 않으면 당국은 기존 통화스와프 자금이나 외환보유액 일부를 사용해 악성 단기외채를 상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연구소는 제시했다.

연구소는 아울러 외화유동성 확충을 위해 달러를 내보내는 데 중점을 둔 기존 외환거래제도를 보완하고 불요불급한 해외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조치도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건의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