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의 대규모 내수부양책 소식에 기대를 걸고 증산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최근 내수진작과 경기부양을 위해 4조위안(약 900조원)을 특별예산으로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춘제(설날) 이후 나타난 중국의 수요 증가를 일시적 재고 확충 차원으로 평가절하했던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일부 품목의 증산을 추진하면서 중국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일제히 감산에 들어간 중국 석유화학공장들이 가동을 재개할 경우 한국산 나프타 등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발(發) 훈풍효과 '고개'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8%로 제시,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나서면서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바빠졌다. 중국 농민이 물건을 살 때 정부가 보조금을 지불하는 '샤샹(下鄕) 정책'도 향후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등 합성수지 수요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나프타 등 원료가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한 데다 중국의 수요 급감으로 이중고를 겪어왔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은 기반산업인 석유화학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체 자급률이 높지 않은 제품 수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인 TPA(테레프탈산)는 물론 PE PP 등 대부분 석유화학제품의 자체 자급률이 50%에도 못 미쳐 한국을 비롯한 해외 석유화학업체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시장이 살아날 경우 춘제 이후 재고 확충을 위한 중개업자들의 주문 확대에서 촉발된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폴리올레핀은 생필품에 주로 쓰이는 만큼 수요가 꾸준하며,ABS(아크릴로니트릴 · 부타디엔 · 스티렌)수지는 가전에 많이 투입되는 만큼 중국의 내수부양정책은 석유화학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감산 일단락…수요 기지개

글로벌 업계의 잇단 감산에 따른 수급여건 개선으로 석유화학제품 시황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올초부터는 석유화학업계에 추가 가격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수요도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올초 중국 수출가격이 t당 825달러였던 HDPE(고순도 폴리에틸렌)는 지난 13일 현재 935달러로 13.3%,LDPE(저밀도 폴리에틸렌)는 855달러에서 975달러로 14%가량 각각 상승했다. PP 가격도 t당 775달러에서 860달러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주요 구매선들이 제품가격 추가하락 기대감 때문에 주문을 미루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며 "주문이 점차 늘고 있으며 중국의 경기부양책까지 가세할 경우 시황은 빠르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몇 달째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등 제반 여건도 개선됐다. 지난해 t당 1400달러까지 치솟았던 나프타 국제가는 올 들어 300달러 후반에서 400달러 초반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나프타가격이 t당 1000달러 수준에서 400달러 수준으로 단기 급락,수개월 전 미리 구입한 나프타가격을 제품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수백억원씩의 재고차손(재고자산평가차손)을 떠안기도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