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 발표따위는 잊어라. 그들이 실제 얼마나 감산을 실행에 옮기느냐를 주목해야 한다."

15일 빈에서 열리는 OPEC 회의를 앞두고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회원국들의 추가 감산 결정이 나올 것인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OPEC가 발표하는 선언적 내용을 믿을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OPEC 감산결정을 보는 법: 과대선전은 믿지 말아야"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석유시장 거래인들의 머릿속에는 OPEC가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보다는 그들이 결정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 OPEC 회원국들이 유가 하락을 막으려고 또다시 새로운 감산 결정을 내놓을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회원국들이 작년 이후 합의한 하루 420만배럴의 감산을 모두 실제 행동에 옮기진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감산 결정이 나와도 시장의 회의적인 반응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라파엘 라미레즈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베네수엘라도 감산 결정을 모두 이행하지 않았음을 시인하면서도 전세계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이므로 OPEC가 감산 결정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알리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지난달 OPEC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생산량 조약에 대한 이행률이 낮은 것에 실망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JP모건의 상품리서치 팀장인 로런스 이글스는 투자보고서에서 "이번 주말에 모두에게 들려줄 조언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흐름을 주시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생산량에 대한 OPEC의 엄격한 정책이 가격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시장은 공급보다는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수요 감소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장세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3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에너지 수요가 작년 하루 8천567만배럴보다 125만배럴(1.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금융리서치업체 RGE모니터의 수석 에너지애널리스트인 래이첼 짐버는 "OPEC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OPEC가 기존 감산 결정을 계속 이행할 것인가 하는 점이며 OPEC가 감산을 결정할수록 회원국들은 그렇게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