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등 금융업체들의 머니마켓펀드(MMF) 신규 투자 제한조치는 단기 피난처로 쏠려 있는 시중 여유자금을 좀 더 생산적인 채권시장 등으로 유도해 실물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명목상으로는 금리 상승에 따른 급속한 자금 인출에 대비한 것이지만 최근 불어난 MMF 자금의 상당 부분이 은행 자금이란 걸 감안하면 은행들의 기업대출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자금 운용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신용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올 들어 MMF는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는 등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MMF 잔액은 126조5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2%나 급증했다. 이 중 개인 MMF는 38조9000억원으로 10조8900억원(38.9%) 증가하는 데 머문 반면 법인 MMF(연기금 포함)는 87조6700억원으로 26조7953억원(44.0%) 급증했다.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대량으로 푼 자금이 기업이나 실물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고 MMF로만 쏠린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로 금리 인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금리 반등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금리가 오를 경우 MMF로 쏠린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수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에 대비해 법인 MMF 규모를 축소하고 원활한 환매 대응을 위해 펀드 내 자산의 잔존만기도 줄이기로 한 것이다. 현재 MMF의 평균 잔존만기는 52일이지만 일부 MMF의 경우 80일을 초과하는 것도 있어 대규모 인출 사태 때 적절한 환매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은행들은 MMF 한도가 줄면 단기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MMF는 CP나 국공채와 달리 만기가 따로 없어 최근에 은행들이 여유자금이 생기면 증권사 MMF에 예치해 왔는데 앞으로는 은행들이 MMF가 아닌 다른 단기 상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별로 MMF에 맡기는 단기자금은 1조~2조원 정도로 은행권 전체로는 15조~20조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MMF에 넣던 자금을 한국은행의 통안채나 국공채 등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채권은 만기가 있어 단기 자금 운용에 제약이 생기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MMF 규모 축소로 인해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MMF를 막으면 시중의 단기자금이 은행의 MMDA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다른 단기 상품으로 역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MMF 축소가 8조원가량으로 비중이 작은 데다 3월 이후 기업들의 잉여자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3월에 법인세를 내고 배당금을 지급해야 해 3월 이후 MMF로 들어오는 자금 자체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MMF에 머무는 법인자금이 좀 더 생산적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MMF운용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며 채권시장 투자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환/정인설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