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경기 부양'이냐,'금융규제 강화'냐.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미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더 많은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국은 이미 경기 부양은 할 만큼 했고 이제는 위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금융 규제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G20 회담에서 별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G20 정상회담의 준비 모임 성격으로 13일부터 이틀간 영국 런던 남부의 호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담에서 회원국들이 어느 정도나 견해차를 조율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세계 각국의 일관성 있는 경기 부양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구체적으로 G20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재정 지출을 통해 보다 공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유럽은 입장이 다르다.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요구가 나오자마자 독일과 프랑스는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며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경기 부양이 중요하지만 유럽은 할 만큼 했고 경기부양책이 꼭 필요한 규제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미국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경기부양책에 소극적인 것은 정부의 급격한 재정 악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사회안전망이 비교적 튼튼하고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을 제외하면 주택시장 거품 붕괴를 겪지 않았다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이견에도 불구,이번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 △보호무역주의 배격 △조세피난처 투명성 확대 등의 의제에 대해선 의견 접근을 볼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IMF 문제를 '전략적 협상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의 IMF 지분 쿼터를 늘려 유럽의 입장을 들어주고 대신 신흥국에는 발언권을 강화해주며,미국은 IMF를 통해 다른 나라들이 경기부양책을 늘리도록 압박한다는 것이다.

한편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금융감독위원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현재의 위기 상황에선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에 최소 자기자본비율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진행할 것이며,현재 적용되고 있는 '바젤Ⅱ'보다는 자본 조건에 대한 요구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G20 회원국들은 경기 상황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