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는 은행에 대해서도 공적자금 투입을 추진하는 것은 경기 악화에 따른 은행의 부실 확산을 막으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와 외신의 부정적 평가 또는 보도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3일 오후 2시 은행 자본확충과 구조조정기금 조성 계획 등 은행의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은행에 선제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예금자보호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면 은행의 BIS 비율이 8% 아래로 떨어져 부실 판정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1차로 12조원을 조성하기로 하는 등 이미 20조 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펀드 운영 계획을 마련했지만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 펀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작년 말 현재 18개 은행의 평균 BIS 비율은 12.19%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경기가 계속 나빠지면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하고 은행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 확대와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우량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의 근거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를 통해 국내 은행에 대한 해외의 부정적 시각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최근 일부 외신은 한국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등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국내 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이 경기침체 여파로 작년 6월 말 6.4%에서 내년 말 4.0%까지 떨어지고 42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추가적인 자본 확충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치는 주장했다.

정부는 이런 보도나 평가에 대해 신뢰성이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경기 불황의 장기화에 따른 부실 확대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당장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곧바로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금융권의 부실 채권이나 자금난에 처한 기업의 자산을 사들이는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자산관리공사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구조조정기금 규모는 10조~20조 원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30조~40조 원으로 대폭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자본확충펀드와 함께 이중삼중으로 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당장 은행들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당정 간에도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