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씨티그룹과 같은 상업은행에 이어 생명보험회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안전하다고 여겨져 온 생보사들마저 금융위기 속에 손실이 커지자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미 경제가 돌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보사들도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손실이 쌓이면서 자본구조가 취약해지고 신뢰를 잃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12개 생보사들이 정부가 금융기관 구제를 위해 마련해 놓은 7천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을 통한 지원을 요청해 놓고 은행들을 구제한 것과 같은 방식의 지원을 몇 주안에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 정부는 보험사들이 TARP를 통한 구제금융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관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생보사들은 최근 몇주 사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다우존스윌셔 미 생명보험지수는 올해 들어 59%나 떨어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의 하락폭인 21%를 크게 웃돌고 있고, 역대 최고치였던 2007년 5월에 비하면 82%나 폭락했다.

독일의 알리안츠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하트포드파이낸셜서비스그룹의 주가는 1년전 최고치보다 93%나 떨어졌고 메트라이프와 푸르덴셜파이낸셜과 같은 대형 생보사들도 투자 손실로 고전하고 있다.

생보사들의 부실에 대한 우려는 신용등급 강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지난달 말 메트라이프와 푸르덴셜, 하트포드 등 미국의 10개 생보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을 비롯해 무디스와 AM베스트도 10개 이상의 생보사 신용등급을 내렸다.

생보사들의 문제는 정부로부터 4차례에 걸쳐 1천730억달러를 지원받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이 신용부도스왑(CDO)와 같은 파생상품으로 큰 손실을 봐 부실해진 것과는 달리 회사채나 상업용부동산, 모기지 투자 등의 부실에서 비롯됐다.

생보사들의 부실은 경제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회사채 시장만 보더라도 생보사들은 최사채 발행액의 18%를 보유하고 있어 생보사들이 어려워져 회사채 매입이 중단될 경우 금융시장의 온전한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실제로 생보사들의 작년 4.4분기의 주식.회사채 매입은 33억달러로 전분기보다 63%나 줄었다.

보험사들이 자금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들로부터 보험료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생보사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는 고객들이 보험상품 가입을 꺼리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신문은 생보업계가 연방 정부가 아니라 주 정부의 감독당국으로부터 각자 감독을 받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는 연방 정부에 생보사 책임지거나 생보사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관료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