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정기예금보다 이자율이 높고 안전한 상품으로 여겨져 개인들은 CD를 꾸준히 찾고 있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발행 물량을 줄이고 있다. 부동자금이 몰리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마저 CD를 대거 편입하고 있어 시장에서 CD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CD 발행 잔액은 100조5000억원으로 작년 10월 말보다 10조9000억원이나 줄었다. 월말 CD 잔액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9000억원 정도 늘어났지만 지난해 상반기 매달 2조원 이상 증가하던 것과 비교하면 기술적 반등 수준이라는 게 은행 주변의 평가다.

은행들의 CD 발행 물량이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이유로 우선 '정부의 저금리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정부가 가계와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등에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는 CD금리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CD를 대거 발행하면 시장에 CD공급 물량이 늘어나 금리가 상승하게 되는데,이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이 연쇄적으로 올라 가계발 금융위기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은행의 자금담당 임원은 "원칙적으로 CD는 별다른 신고절차 없이 투자자만 있으면 얼마든지 발행할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당국과 사전에 물밑 조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만기가 돌아오면 CD 차환 발행만 할 뿐 신규 발행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선진국에 비해 국내 은행들의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비율)이 높다는 외신들의 지적이 나온 이후 CD 발행보다는 정기예금을 적극 유치하도록 은행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중의 자금사정이 최근 들어 넉넉해진 반면 대출 수요는 줄어든 것도 CD 발행 위축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여지동 하나은행 자금부 차장은 "대출 수요가 없는 가운데 예금이 꾸준히 들어와 자금이 남아돌고 있다"고 말했다.

CD 발행이 줄어들면서 은행에 예치되는 돈이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쪽으로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매달 줄어들던 MMDA 잔액은 지난달 12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MMDA는 만기가 따로 없고 금리도 금액에 따라 연 0.1~2.0%로 CD금리보다 낮다.

유홍철 국민은행 자금부 팀장은 "CD보다 조달비용이 적게 드는 MMDA에 시중자금이 유입돼 CD를 발행할 이유가 더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