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극심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은 11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확정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인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라인의 공사가 지난해 마무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투자'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LG 관계자는 "올해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게 그룹의 방침"이라며 "과감한 투자를 통해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말했다.

매출 목표도 지난해 115조원보다 1조원 많은 116조원으로 정했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덜한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판로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난해와 엇비슷한 매출을 달성한다는 게 LG의 목표다.

◆R&D 드라이브 본격화

올해 투자는 연구개발(R&D)에 집중키로 했다. R&D에 잡혀 있는 예산이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부문별로 기존 주력 산업과 미래 성장산업으로 사업군을 나눠 R&D 예산을 고루 분배할 계획이다.

전자 부문에서는 태양전지와 시스템 에어컨,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등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 친환경 기술을 확보하고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을 기반으로 한 4세대 단말기,스마트폰 등 차세대 휴대폰을 개발하는 데 예산을 집중할 방침이다.

화학 부문에서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당뇨와 비만을 치료하는 '해피 드러그(happy drug)'에 R&D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통신 · 서비스 부문에서는 4세대 이동통신을 주도하기 위한 네트워크 고도화와 초고속 인터넷,인터넷 전화,방송 등이 결합된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 기술 확보가 과제다.

◆시설 투자는 미래 성장산업에 집중

올해 시설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8% 감소한 7조8000억원이다. 주로 미래성장 산업에 예산을 투입한다. LG디스플레이는 5700억원을 들여 경기도 파주에 중 · 소형 LCD용 저온 폴리실리콘(LTPS) 생산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8세대와 6세대 LCD 패널 생산라인 확장 등에도 2조원 이상을 쓰기로 했다.

LG파워콤 등 통신 계열사들은 TPS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기간망을 구축한다. LG상사는 카자흐스탄과 오만 등 기존 유전 광구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러시아 사하공화국,중국 네이멍구,인도네시아 등으로 자원개발 사업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신흥시장 확대로 경기침체 충격 흡수

매출 확대를 위한 계열사별 전략도 공개됐다. LG전자는 양대 주력 상품인 휴대폰과 LCD TV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휴대폰은 세계 3위를 굳건히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LCD TV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지난해보다 매출을 50%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잔상이 거의 없는 480hz(초당 480장의 화면 구현) LCD 패널 등 신제품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화학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 시장에 대한 수출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성장을 이어 나가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한편 LG화학은 고급 알루미늄 창호사업에 진출키로 하고, 이날 일본 창호 1위 업체인 토스템(Tostem)사와 알루미늄 창호사업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 법인은 실무 절차를 거쳐 오는 4월 설립할 예정이다. LG화학과 토스템사는 각각 합작법인 지분 51%와 49%를 갖게 된다. 합작법인은 LG화학에서 분사,사업재 부문 독립 법인으로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LG하우시스'의 자회사가 된다.

회사 관계자는 "건축물의 고층화로 급증하고 있는 고급 알루미늄 창호 수요를 충족시키고 해외 판매 거점을 확보하는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토스템사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형석/손성태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