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이틀 전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공정하지 않다"며 현재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공정한' 자동차 무역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고 한다. 미국 통상정책의 책임자가 될 사람의 발언이어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작년 대선 유세기간 중 "한국은 연간 수십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파는 반면,미국은 한국에 5000대 정도밖에 팔지 못한다"고 한 적이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관료와 정치인들이 한 · 미 FTA가 불평등하다고 강조하면서도,양국 간 판매량 차이 외에 속시원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 미 FTA를 어떻게 개선해 달라는 요구사항도 들리지 않는다.

한 · 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양국 간 자동차 관세는 협정 발효 즉시 철폐된다. 2000cc를 기준으로 5% 및 10%로 이원화돼 있던 국내 개별소비세는 5%로 단일화된다. 국내 자동차세 역시 종전의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배기량이 높은 차량의 세금이 크게 줄어들게 돼 있다. 미국의 요구를 한국 측이 수용한 결과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미국 새 행정부가 한 · 미 FTA 내용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도,어떤 조항을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양국 자동차무역 역조가 관세 등 제도적 장벽탓이 아님을 미국 측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그동안 고연비 소형차 위주로 기술을 개발해 왔다. 덕분에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작년 미국에서 67만5000대를 팔았다.

반면 미국차는 한국에서 수입차 중 낮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연비 등이 낮은 탓에 잘 팔리지 않고 있다. 마케팅도 활발하지 않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10년 · 10만마일 보증이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실직 시 차량반납 제도)을 시행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요즘 파산 직전의 자국 자동차업계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자생력을 잃은 채 정부 지원금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중이다. 미국 관료와 정치인들이 자국 자동차업체 및 근로자들을 의식해 한 · 미 FTA를 대안없이 흔들고 있다는 의혹을 갖게 만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