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 금속이 있다. "

중국 개혁 · 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이 20년 전 톈안먼 사태로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성장엔진을 다시 돌리기 위해 1992년 1월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나서면서 한 말이다. 이후 중국은 20년 이상을 내다보는 일관된 자원 정책으로 덩샤오핑의 발언을 현실화시켰다.

중국 정부는 1991년 희토류 금속을 국가 보호 자원으로 지정했으며,정부 후원을 받은 관련 업체들은 20년 가까이 무차별적인 가격 인하를 앞세워 해외 경쟁 광산들의 문을 닫게 만들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1일 란탄 테르븀 네오디뮴 등 희토류 금속 세계시장의 95%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며 중국의 수출쿼터 조정만으로 세계의 어느 기업도 하이브리드카나 풍력터빈을 만들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희토류 금속은 하이브리드카 고성능 모터 제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등 가전과 환경은 물론 국방기술 등의 핵심 원자재다. 2002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희토류 금속을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만 수출했다. 하지만 2004년 수출국을 74개국으로 늘리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왔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1990년 이후 10배 수준으로 늘었다.

더 타임스는 중국이 세계 기술의 미래를 책임질 열쇠를 갖게 됐다며 세계 각국이 친환경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수록 희토류 금속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이 때문에 희토류 금속을 '21세기 경제무기'로 사용할 태세라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올해 수출쿼터를 일본 한 나라의 수요만을 충족시킬 수준인 3만8000t으로 책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희토류 금속을 100% 수입하는 일본 정부 관계자는 "산업계에 '보이지 않는 공포의 쓰나미'가 밀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희토류 금속을 전략자원화해야 한다는 중국 내 여론도 다른 나라에는 부담이다. 중국 인터넷 사이트인 환구망이 최근 1400여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중국이 희토류 금속 통제를 강화해야 하느냐'고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97%가 '그래야 한다'고 응답했다.

중국은 △희토류 금속의 안정적 공급을 미끼로 외국 첨단기업들의 중국행을 유도하고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희토류 금속 수급을 조정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더 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광산 재가동에 나서고,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희토류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중국은 가격을 후려치는 식으로 사업 채산성을 떨어뜨려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한국도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용 편광판 등에 들어가는 희토류는 전량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이지만 워낙 극소량이 사용되기 때문에 정부가 선정한 6대 전략광물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희토류 수요가 점점 늘어나면서 광물자원공사가 희토류를 비축광물로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광물자원공사가 중국 자원업체와 공동으로 희토류 광물을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광진/이정호 기자 kjoh@hankyung.com

반도체ㆍ휴대폰 필수소재 희토류 금속이란

영어로는 rare earth metals.백금 텅스텐처럼 희귀금속의 한 종류다. 원소주기율표 제3족에 속하는 스칸듐(Sc),이트륨(Y)과 란탄족의 15종 등 모두 17종의 원소를 말한다. 광석에 원소 형태로 극소량 들어 있어 이를 분리해내는 게 까다롭다.

18세기 북유럽에서 최초로 발견됐지만 1964년 컬러TV의 적색 형광체로 이용되면서부터 근대 산업 소재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상온에서 이용 가능한 고온 초전도체 개발이 성공하면서부터 주목을 받은 것이다. 자석이 되기 쉽고,열과 전류를 전달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가전제품은 물론 휴대폰 레이저 항공기 에너지 환경 석유화학 식물성장촉진제 등에 감초처럼 들어간다.

예를 들어 고음질 스피커나 MP3 플레이어에는 희토류 금속으로 만든 영구자석이 필요하다. 희토류 금속은 주로 모나자이트,바사나이트,제노타임과 같은 특정한 광물에서만 산출된다. 이 광물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에 주로 묻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