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왔으니 꼭 하나 사야 합니다. 귀국 선물로는 최고거든요."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더페이스샵과 미샤, 스킨푸드, 에뛰드하우스 등 저가화장품 매장에 일본 관광객들이 즐비하다.

저가화장품업계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 유통판로를 넓히면서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을 입증받고 있다.

실제로 더페이스샵의 2008년 매출액은 2351억원으로 2007년 2097억원보다 12.1% 증가했다. 미샤의 2008년 매출은 전년보다 28.9%, 스킨푸드 30.0%, 에뛰드 44.2% 올랐다.

◆국내에서는 '저가', 해외에서는 '고가' 이미지

저가화장품업계의 매출이 상승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해외 유통판로를 개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페이스샵은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 요르단, 도미니카공화국 등 해외 19개국에 210여개의 단독 매장과 미국의 대형 유통매장인 월그린스를 포함해 대만, 일본 내 대형 유통체인의 660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미샤도 지난 2004년 호주 시드니에 1호 매장을 연데 이어 일본과 중국, 싱가폴, 홍콩, 멕시코, 미국, 몰타, 중동국가 등 전세계 17개국에 28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에는 현지 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더페이스샵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에서 더페이스샵은 '한국에서 온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인식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여기에 한류 열풍이 더해지면서 기초 화장품은 물론 색조 화장품도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저가화장품으로 인식되지만 해외에서는 고가 화장품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도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명 '한 지붕 두 가족' 판매 전략이다.

더페이스샵은 중국 소비자들이 길거리 매장보다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화장품 구매를 선호한다고 판단, 베이징의 쥔타이백화점 등 백화점과 쇼핑몰을 중심으로 입점했다.

미샤도 롯데백화점 베이징점에 입점, 고급이미지로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스킨푸드는 먹을 수 있는 재료로 화장품을 만들었다는 브랜드 콘셉트로 친환경 이미지를 선호하는 홍콩 소비자에게 성공적으로 각인돼 있다. 한국에서처럼 저가로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 경쟁력으로 인한 성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스킨푸드의 설명이다.

때문에 외국에서 사는 것보다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이다.

◆마트·지하철 역사 내 매장 잡았다…20대 이상 연령층 공략 나서

비단 저가화장품의 업계의 매출 상승은 해외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저가화장품의 기존 주요고객은 20대층이었으나 빠르게 30대 이상의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구매력 있는 연령대의 고객을 잡기 위해 대형할인점에 꾸준히 입점해 고객의 연령대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대형할인점 매장은 길거리 매장에 비해 30대 이상의 다양한 연령층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국내 600여개 매장 중 약 40%에 해당하는 매장은 대형할인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통판로로 지하철 역사 내에 있는 매장을 꼽을 수 있다.

미샤는 "지하철은 전 연령대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므로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며 "지난해 지하철 역사 내 매장수를 59개 늘려(3월 기준 65개) 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저가 화장품업계는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샤는 메이크업을 처음 시작하는 20대 초반부터 노화방지, 미백 등 고기능을 필요로 하는 30~40대 이상을 공략한 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특히 기능성 기초화장품 브랜드인 '레볼루션'이나 한방화장품 '미사'로 30대 이상 여성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더페이스샵은 구매력 있는 30세 이상의 고객을 잡기 위해 매장에 '골드존'을 마련, 연령대가 높은 고객을 위한 전문 전시공간을 확보했다. 골드존에는 30대를 위한 한방 화장품 '명한 미인도'를 비롯해 노화방지 제품인 '플레보떼 콜라제닉' 등 고기능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명한 미인도는 지난해 5월 첫 출시 이후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했다"며 "제품의 기능을 중시하는 주부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