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위기에 빠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무역정책을 총괄할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는 9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한 · 미 FTA는 간단히 말해 현재 상태로는 불공정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커크 지명자는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는 물러설(step away)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한국에 재협상이나 추가 협상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어서 한 · 미 FTA가 양국 의회에서 비준받기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커크 지명자의 발언에 내심 당혹해 하면서도 비준동의안을 4월에 처리한다는 방침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한 · 미 FTA는 미국 의회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한국 의회에서는 독자적으로 판단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일제히 '비준안 강행 처리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나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