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벼랑 끝에서 떨어졌다(It's fallen off a cliff)."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9일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가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버핏의 이 같은 경기진단은 뉴욕 증시에 악재로 작용해 이날 다우지수는 1.21% 하락했다.

그는 "공포가 미국인을 지배하고 경제도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되고 있다"며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시장개입이 없었으면 지금보다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됐을 것이라며 벤 버냉키 FRB 의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실업률은 경기침체가 끝날 때까지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민주당과 공화당은 경제회생을 위해 애쓰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초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 및 통화 확대 정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피력했다. 버핏 회장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은 잠재적으로 상당한 인플레를 유발시키는 요인"이라며 "인플레 문제가 1970년대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경제회복을 낙관한다"며 "경제가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5년 뒤에는 괜찮을 것이고,과거에 몇 차례 그랬던 것처럼 미국 경제는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금융권에 대한 미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보였다. 특히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투입한 데 대해 많은 사람이 반감을 갖고 있지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또 주택시장에 대해선 "신규 주택건설이 인구성장률 아래로 감소하면 앞으로 3년 이내 과도한 공급물량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