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취업준비생 손형민(27)씨는 지난 1월 이미지컨설팅 업체를 찾아 취업면접 때 필요한 화술과 자세,태도 등을 배웠다. 상반기 채용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약점인 어눌한 말투와 자신감 없어 보이는 모습을 고치고 싶어서였다.

백수탈출,똑똑한 지갑족,나홀로 가구 등이 2009년 블루슈머(신소비집단)로 떠올랐다. 통계청은 10일 ‘2009 블루슈머 10’을 발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새로운 유망 시장이 될 수 있는 신소비층 10군을 제시했다. 블루슈머란 ‘블루오션’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경쟁이 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를 뜻한다.

◆백수탈출=당분간 실업 한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2286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3000명 줄었고 이 중 20대 취업자 수는 19만9000명이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취업지원사이트 업체 매출은 2003년 300억원에서 2008년 800억원으로 증가했고 이미용,영어 등 취업준비학원 시장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취업준비학원뿐만 아니라 면접을 대비한 이미지컨설팅,스피치학원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선미스피치랩의 이선미 대표는 “취업한파 때문에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업준비생들의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똑똑한 지갑족=지난해 4분기 2인이상 가구수 월평균 실질소득은 302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줄었다. 소득이 감소한 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만족을 주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려는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중고품 시장과 각종 대여업이 활성화 되거나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사교육 용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 김용태씨는 “제품가치는 높되 가격이 합리적이라면 똑똑한 소비자의 지갑은 언제든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홀로 가구=1인가구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1995년 164만 가구였던 1인가구가 2009년 342만가구(추계치)로 14년 만에 두배로 증가했다. 이러한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싱글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대형 할인점에서 소용량 포장상품이 늘고 있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1인용 소파나 소용량 세탁기 등이 잘 팔린다. 서울대 사회연구소 장진호 박사는 “1인가구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므로 1인가구의 생활에 맞춘 상품을 개발한다면 불황을 이기는 비즈니스 모델리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 세대=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환경보호 뿐만 아니라 개인 건강과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생활 속에서 탄소 저감 노력을 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에서 작년 10월 자전거 매출액이 2007년보다 91% 늘었고 절수형 변기?웜비즈?쿨비즈 등 친환경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언의 임재규 박사는 “그린비스니스는 향후 10년 이상 시장의 블루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U-쇼핑시대(Ubiquitous Shopping)=결혼생활 5년 된 주부 B씨는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반찬 등 음식재료 구매까지 인터넷과 TV홈쇼핑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최근 방송통신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3년 뒤인 2012년에는 인터넷 속도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빨라진다고 한다. 사이버 쇼핑 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진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이동성을 강화한 넷북, 스마트폰, 터치폰 등 개인용 미디어 기기의 보급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드라마나 쇼를 보다가 주인공이 입고 있는 의상이나 제품을 리모콘으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IPTV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이제 단순한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이라는 한계를 넘어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쇼핑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쇼핑으로 쇼핑 환경과 형태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내나라 여행족(Intrabound Traveler)=경기침체와 고환율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줄면서 국내 여행으로 유턴하는 여행객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불황이라고 하는데도 유명 관광지의 경우 주말이나 연휴에는 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 여행객 상당수가 해외 대신에 국내여행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출입국 및 관광수지 통계>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관광지출이 지난 2007년 158억8000만달러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는 126억4000만달러로 급격히 줄어 전년대비 20.4%가량 하락했다.반면에 관광수입은 환율의 영향으로 지난해 90억2000만달러 2007년의 57억5000만달러보다 56.9% 급등했다.

◆자연애(愛) 밥상족(Love Organic Food)=최근 몇 년간 계속된 먹거리 파동 등의 영향으로 올해도 식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8 사회조사>중 사회 안전에 관한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69.0%가 유해 식품과 식중독 등 먹거리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이번 결과는 사회안전 관련 분야 중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것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교통사고나 국가 안보보다 먹을거리를 더 걱정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Baby Expecting Couple)=결혼 8년차인 O씨 부부는 아이를 갖고자 노력했지만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다.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아도 불임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다. 임신에 도움이 된다면 안 해본 것이 없는 이들은 앞으로 1년만 더 노력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입양을 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을 알고 주기적인 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불임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건강보험공단의 ‘2005~2007 불임증 질환 진료인원 현황’에 따르면, 불임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5년 13만995명, 2006년 14만9369명, 2007년 16만458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불임 진료를 받은 환자 수가 2년 만에 1.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거울보는 남자(Grooming)=외모에 신경쓰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이 늘고 있다.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열풍에서도 볼 수 있듯 외모에 대한 관심이 세대를 초월해 높아지고 있다. 경기 불황기에 외모가 ‘신체적 자산’이라는 면에서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시대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통계청의 2008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5세~24세의 남자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문제 중 ‘외모’가 9.9%로 공부(41.4%), 직업(22.9%)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06년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외모 고민 6.7%에 비해 3.2%p가 증가한 것이며,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가려운 아이들(Itchy Kids)=주부 H씨(36세) 가족은 남편의 직장이 서울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경기도 광주로 이사를 했다. 7세, 10세 아이들이 심한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어 계속 치료를 했는데 차도가 없자 아파트가 아닌 전원생활을 결심했다. 남편의 출퇴근이 불편하지만 이를 감수하고 결국 이사를 한 것이다.보건복지가족부의 ‘2005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이 2001년 12명에서 2005년 91.4명으로 나타나, 4년 만에 7.6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환경성 질환인 천식 유병률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181% 증가했다.

김평정 기자 pj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