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주유소 많은 지역 기름값 싸다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는 국내 기름 값이 크게 오른 반면 유가가 떨어질 때는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간한 '정유산업의 경쟁상황과 가격결정 패턴'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1월부터 작년 11월까지 국제 휘발유가격(싱가포르 현물시장 기준)이 ℓ당 1원 상승한 달에 국내 휘발유 소매가격(이하 세전)은 평균 0.55원, 이후 3개월 동안은 1.15원 각각 올랐다.

이에 반해 국제 휘발유가격이 ℓ당 1원 떨어진 달에는 0.30원, 이후 3개월 동안은 0.93원 하락하는데 그쳤다.

조사 기간에 국제 원유가격(두바이유 기준)이 ℓ당 1원 상승한 달에도 국내 휘발유 가격은 0.71원, 이후 3개월 동안은 1.32원 뛰었으나 1원 하락한 달에는 0.36원, 이후 3개월 동안은 1.04원 떨어지는 데 불과했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떨어질 때는 반영 속도가 늦었던 것이다.

또 공정위가 서울 시내 694개 주유소의 작년 10~11월 휘발유 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주변에 경쟁 주유소가 많을수록 기름 값이 싼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시내 주유소의 98.4%는 반경 1㎞ 내에 경쟁 주유소가 있고 그 수는 평균 5.2개였다.

반경 1㎞ 내에 경쟁 주유소가 1개 늘어날수록 그 지역의 휘발유 값은 ℓ당 평균 2.5원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접 주유소와의 거리가 100m 늘어날 때 판매가격은 ℓ당 2.3원 정도 높아졌다.

정유회사가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가 대리점 계약을 맺은 자영 주유소보다 기름 값이 오히려 비쌌다.

직영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천472원으로, 자영 주유소 평균가격 1천459원보다 13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차시설이 있는 주유소는 없는 주유소에 비해 판매가격이 ℓ당 9원 정도 비싼 반면 경정비 설비가 있는 주유소는 그렇지 않은 주유소에 비해 6.5원 정도 기름 값이 쌌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