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는 내달 20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국내 조선 및 기자재 업체들을 대상으로 구매설명회를 갖는다. 브라질 인근 심해유전 개발을 위해 필요한 드릴십(원유 시추선) 등을 국내 조선업체들에 대거 발주하기 위한 자리다. 페트로브라스는 2012년까지 심해유전 개발 분야에 총 1124억달러(약 165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드릴십 구매에 투입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업체들이 드릴십 및 FPSO(원유 생산 및 저장시설) 등 대규모 해양설비 발주 소식으로 들떠 있다. 수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조선업계에 브라질 호주 네덜란드 등에서 총 50조원 규모의 고부가 특수선박 발주가 진행돼 모처럼 만의 '단비'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혹한 · 거친 파도 제압하는 빅 3만 기술력

조선 '빅3'는 독보적인 해양설비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거친 바다에서 작업해야 하는 드릴십의 경우 선체 두께가 4~5㎝에 달하며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내빙설계가 적용된다. 10~15m의 파도에도 견딜 수 있는 건조공법은 기본이다.

FPSO 역시 드릴링 장비부터 위치제어시스템까지 복잡한 상 · 하부 구조 설계와 건조공법이 요구된다. 모두 한국의 조선 '빅3'만이 가능한 기술이다. 중국은 물론 조선 선진국을 자부해 온 유럽,일본 업체들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와 같이 세계적인 석유 기업들이 한국 조선업체만을 고집하는 이유다.

페트로브라스가 발주할 원유시추용 드릴십은 총 40척.발주금액은 총 300억달러(약 4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발주하기 시작,2017년까지 인수를 끝낼 방침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 중 12척(2012년 납기)이 지난해 발주됐으며 올해부터 28척(반잠수식시추설비 포함)이 추가 발주될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로브라스가 이미 발주한 12척은 모두 조선 '빅3'가 싹쓸이했다.

조선 '빅3'가 건조 기술을 보유한 드릴십은 고유가로 해양유전 개발이 활발해진 2005년 이후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공급은 제한적인 탓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척당 1억달러 수준이던 드릴십 가격은 최근 5억~10억달러 선으로 높아졌다. 2005년 이후 전 세계 드릴십 시장에 나온 44척의 건조 주문은 모두 한국 조선업체들이 싹쓸이했다. 이 중 삼성중공업이 29척을 수주했다.

해양설비 '노다지'가 쏟아진다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의 드릴십 발주와 함께 호주를 중심으로 한 대형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도 조선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총 사업비 32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호주 북서해안 고르곤(Gorgon) 가스 개발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국내 '빅3'는 이미 지난달 말 입찰에 참여해 '수주 전쟁'에 돌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주 북서해안에서 130㎞ 정도 떨어진 고르곤 지역에서 가스(매장량 1조1326㎥)를 채굴,가스전 인근 섬에 있는 3개 플랜트로 옮기는 것이다. 조선업체는 이 프로젝트에서 LNG플랜트 건설을 담당하게 된다. LNG플랜트 건설 비용은 전체 사업비 50조원의 5~10% 규모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고르곤 가스 개발 프로젝트는 올 하반기 내로 발주해 2014년부터 LNG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지 분위기를 탐지하고 수주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유럽 최대 석유업체 로열더치셸의 7조원 규모 LNG-FPSO 발주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께 예정된 로열더치셸의 초대형 LNG-FPSO 발주에도 국내 빅3가 유력한 수주 후보로 꼽히고 있다.

장창민/이정호 기자 cmjang@hankyung.com

드릴십=해상플랜트 설치가 불가능한 심해 지역에서 원유를 찾아내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다. 선박의 기동성과 심해 시추능력을 겸비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통한다.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 Off-loading.부유식 원유생산 저장장치로 생산설비와 육상 액화 · 저장설비 기능을 모두 갖춘 해양 플랜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