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걸 막아라.'

다음 달 2일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세피난처 국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제재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후보국들이 리스트 등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8일 스위스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등 3개국 재무장관의 긴급 회동이다.

이들은 룩셈부르크에서 만나 자국이 선정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블랙리스트 선정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G20에 포함돼 있지 않다. 루크 프리덴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가 어떻게 작성되는지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는 탈세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정부는 비밀주의를 포기하진 않겠지만 이를 완화하는 쪽으로 관련 법을 수정할 뜻을 시사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도 취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홍콩에 이어 싱가포르도 은행 비밀주의를 완화하기로 해 스위스가 이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싱가포르 재정부는 올 여름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보 공유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은행 비밀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조세피난처로는 OECD가 2000년 35개국을 지정한 바 있다. 현재 미국 의회가 논의 중인 반 조세피난처 법안에는 34개국이 조세피난처 리스트에 올라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비롯,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지도자들은 조세피난처에 대한 강경 대응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세피난처의 은행 비밀주의가 거래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킴으로써 금융위기를 가속화한 주범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조세피난처에 무려 115개의 법인을 두고 있는 AIG처럼 조세피난처를 적극 활용,세금을 안 내는 기업들이 미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세피난처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