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당분간 인수 · 합병(M&A)을 통한 그룹의 외연 확대보다는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자본 확충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회장은 9일 기자와 만나 "지난주 이사회에서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자금을 전액 국민은행의 자본 확충에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주사가 회사채를 발행해 은행에 증자를 해 주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물론 최근 은행의 건전성 지표로 새롭게 쓰이고 있는 기본자본비율과 단순자기자본비율(TCE)이 모두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국민은행은 이날 3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의 BIS 비율은 13.18%,기본자본비율은 9.92%인데 이번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BIS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이 각각 0.2%포인트 올라간다.

황 회장은 또 증권 · 보험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M&A는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은행 이외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복합상품을 출시하는 등 기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M&A에 대한 생각을 접은 것은 아니지만 은행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지분 23%를 인수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이 동유럽 금융위기로 부실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BCC는 외채도 적고 현지 은행 중 가장 건전한 곳"이라며 "예정대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