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제위기가 금고 판매를 급증하게 하는 특수를 불러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미국인들이 부실한 은행에 돈을 예금했다가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과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도둑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에 직면하면서 현금과 귀중품을 집에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금고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뉴욕에서 금고 판매업을 하는 리처드 크래실로브스키씨는 최근 몇 달간 금고 판매가 20~40% 증가했다면서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의 현금을 넣어둘 수 있는 금고를 주문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의 금고업체인 리버티 세이프스의 판매사원인 케네스 애들러씨는 지난 4개월간 전임자가 8개월간 팔았던 것보다 더 많은 금고를 팔았다고 말했다.

집에 이미 금고를 갖고 있는데도 더 많은 돈과 귀중품을 넣어두기 위해 금고를 하나 더 사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이름을 해롤드라고만 밝힌 한 의사는 기존의 금고에 시계나 보석 같은 귀중품을 다 넣어둘 수가 없어서 금고를 하나 더 샀다고 말했다.

신문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지난 4일 금융위기로 부실 은행이 크게 늘어나면서 예금보증기금이 연내 바닥이 나거나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을 전하면서 금융불안이 더 심해지면 금고 판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금고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금고를 사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직 경찰관으로 금고 판매업을 하고 있는 레이 콜씨는 자신이야 금고를 팔면 좋지만 "모두가 사정이 어려운데 굳이 쓸 필요가 없는 것에 돈을 지출할 것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