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이용료율↓…대출이자는 부동
"증시 침체에 고객돈 더 뽑아먹기"

증권사들도 은행들처럼 고객돈으로 손쉬운 '이자놀이'에 몰두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고객에게 예금이자처럼 줄 때 적용되는 예탁금이용료율은 올해 들어 잇따라 떨어진 반면 고객이 증권사에 대출이자처럼 낼 때 적용되는 주식담보대출이율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인하에 따라 예금금리는 '대폭' 내리고 대출금리는 '찔끔' 내려 비난을 받아온 은행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을 비롯해 신영증권, 한양증권, 부국증권, KB투자증권이 올해 예탁금이용료율을 내렸고, 한국투자증권은 9일부터 인하한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3일부터 예탁금이용료율을 0.25%포인트 내렸다.

평균잔액 3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의 예탁금에 대해 연 0.75%를 적용하던 것을 0.50%로 낮췄다.

이자를 아예 주지 않는 대상도 100만원 미만에서 1천만원 미만으로 대폭 넓혔다.

신영증권도 지난 2일부터 0.25%포인트씩 내려 3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에 대해 1.00%에서 0.75%포인트를 적용했다.

한양증권은 1월2일 0.25%포인트, 부국증권은 2월1일 0.50%포인트 인하했다.

KB투자증권은 고액계좌의 예탁금이용료율을 소폭 내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부터 5천만원 이상인 경우 1.25%에서 1.0%로, 3억원 이상은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씩 인하한다.

1위 삼성증권에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합류함에 따라 그동안 눈치를 보고 있던 대형 증권사들의 예탁금이용료율 인하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주식담보대출금리는 작년 수준을 모두 유지했다.

삼성증권이 연 7.2~8.6%, 우리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이 각각 최저 7.7%, 평균 8.5%, KB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이 10~12%, 7.7~8.0%로 작년 7월 초와 변동이 없다.

키움증권은 블루칩 연 7.9%, 옐로칩 8.9%, 일반종목 9.5%의 금리를 지켰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작년 7월1일 7.2~9.0%에서 인상해 현재 7.5~9.5%를 유지하고 있고, 대우증권은 연 6.5~8%였던 것을 작년 10월에 7.0~9.0%로 올린 뒤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이 고객예탁금을 운용해 증권사에 돌려준 운용수익 가운데 일부만 고객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증권사가 고스란히 챙긴다는 비난이 몇년째 나오지만, 증권사들은 예탁금이용료로 더 돌려주기보다는 덜 돌려주는 데 열중하고 있는 셈이다.

한 투자자는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수익이 날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 투자자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뽑아내려는 것"이라며 "작년엔 수수료 인하한다고 난리더니 올해는 슬그머니 더 큰 비용을 투자자들에게 전가한다.

결국 은행들처럼 이자놀이로 손쉽게 수익을 늘리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