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결시 10년후 20% 감소
"부도 대비 퇴직연금 도입해야"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혹독한 경제 불황으로 기업들의 임금 동결 및 삭감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직장인들의 노후자금인 퇴직금까지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연봉 3천600만원의 35세 근로자가 45세까지 10년간 근무하는데 연평균 임금상승률이 7.5%라면 퇴직시 받는 퇴직급여 수령액은 5천750만원으로 추산된다.

7.5%는 노동부가 집계한 국내 10인 이상 상용근로자의 1999~2008년 10년간의 연평균 명목임금 상승률이다.

하지만 최근 30대 그룹 간에 합의한 방침대로 앞으로 3년간 임금이 동결된다면 퇴직급여 수령액은 4천630만원으로 1천120만원(19.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 상승률이 연평균 10% 수준의 대기업 종사자라면, 같은 조건에서 3년간 임금 동결로 인한 퇴직급여 예상 수령액의 감소분은 1천760만원(24.9%)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임금 동결 기간이 늘어나거나 임금이 삭감된다면 수년 뒤 받게 될 퇴직급여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아직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아 퇴직급여 적립금을 사내에서 관리하는 기업은 부도가 날 경우 퇴직급여 지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 퇴직연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임금이 삭감되거나 동결되면 퇴직금 관리를 회사에 맡겨둔 직원들은 퇴직금에서 적지않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며 "근무기간이 길수록 감소폭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영향은 퇴직급여를 직원이 직접 운용해 임금 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 일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 외에,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가입자와 아직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 직원들에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규모는 1월 말 현재 6조6천844억원, 가입자수는 113만1천20명인데, 이 중 DC형은 30.9%로 34만9천976명에 불과하고 DB형이 63.2%로 71만5천6명에 달한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전체 상용근로자의 15.5% 수준으로, 나머지 618만명 이상이 기존 퇴직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들이 관리하는 퇴직급여 규모가 20조~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 연금컨설팅팀 송재민 연구원은 "임금 동결이나 삭감에 따른 퇴직급여 감소는 상상 이상으로 클 수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 도입, 퇴직금 중간정산,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