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항공기의 북한영공 통과 불허로 국내 항공사들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주운항지원센터와 종합통제센터를 24시간 운영체제로 돌리고,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조치를 즉각 취하기로 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로 승객 안전을 위해 기존 항로를 변경,가뜩이나 고환율로 힘든 항공사들은 경영부담 가중이 불가피해졌다. 미주 · 러시아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도 30분~1시간가량 추가 비행의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

◆30분~1시간 우회

대한항공은 LA 등 미국 편도노선과 블라디보스토크 왕복노선 등 하루 10편의 비행기 항로를 변경했다. 또 주 22회 운항하는 앵커리지~인천 화물기와 시애틀~인천 간 화물기의 항로도 북태평양항로로 바꿨다.

이에 따라 러시아노선은 30분~1시간,미주노선과 화물기노선은 30~40분 정도 비행시간이 늘어난다. 캄차카항로 대신 약 1200㎞를 우회하는 북태평양항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두 항공사는 남북이 1997년 상호 영공을 개방키로 합의함에 따라 당시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의 중재로 대구와 평양의 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하는 국제항로를 개설하기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당시 합의사항에는 대구와 평양의 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하는 항로 개설과 모든 민항기에 대한 무차별 개방원칙,통과 항공기의 안전보장 조치 등이 포함돼 있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번 노선 변경으로 미 서부 및 앵커리지 출발 노선은 편당 300만~400만원, 1시간 비행시간이 늘어나는 러시아노선은 하루 800만원의 연료비가 증가한다.

북한영공 사용료(편당 135만원 정도)를 제외하고도 주 2억5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 발생한다. 아시아나도 주 단위로 5000만원의 비용부담을 떠안게 됐다. 하지만 항공권 요금 인상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북,편당 통과료 135만원씩 받아

금강산관광 중단에서도 보듯 북한이 한 · 미 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국적 항공사의 북한영공 통과를 막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항공사들의 추가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적 항공기의 캄차카항로 이용을 제한한 정부는 "우회항로(북태평양항로) 조치의 종료시점은 북한의 추가적인 상황을 예의주시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의 대응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태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하루 국제선이 120편 뜨는데 이번에 항로를 변경한 편수는 하루 2~3대로 당장 큰 타격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는 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이 영공통과 불허조치를 장기화할 경우 스스로의 경제적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북한 정권은 한국 등의 민항기가 영공을 통과할 때 편당 135만원의 통과료를 받아와 연간 50억~60억원 정도의 수입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는 북한 비행정보구역을 통해 인천~블라디보스토크를 운항하는 대한항공의 대체항로로 중국 비행정보구역 항로를 사용하기로 중국 정부와 합의했다.

기존 북한 정보구역 항로를 이용하면 인천~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은 왕복 5시간 걸리지만 일본 항로를 이용하면 6시간45분,중국 항로를 이용하면 5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