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의 회계감사를 맡은 딜로이트 앤드 투시는 5일 GM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으면 파산보호 신청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목된다.

딜로이트 앤드 투시는 GM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사업보고서에서 이 같은 감사의견을 담았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딜로이트 앤드 투시는 "GM의 계속되는 영업손실과 주주들의 손실,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유동성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 등을 감안할 때 이 회사의 지속적 생존 능력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GM은 지금까지 연방정부로부터 134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추가로 16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상태다.

이미 지원받은 자금과 추가로 지원을 요청한 금액을 합친 300억달러 외에 GM은 경트럭 생산라인을 친환경 차량 생산설비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77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GM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정부나 해외 생산라인이 위치한 해당국 정부 등으로부터 충분한 자금지원을 받는 데 실패할 경우 설비를 감축하거나 생산라인의 폐쇄하고 해외 자회사의 재편을 모색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또 회사의 미래가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 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는지에 달렸다며 이런 구조조정에 실패할 땐 파산보호 신청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GM은 소비자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회사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구매를 꺼릴 것이기 때문에 파산보호 신청은 곧 회사의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따라서 가능한 한 파산보호 신청을 피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미 재무부에 자구방안을 제출하면서 GM은 파산에 따른 3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실제 회사가 파산절차에 들어가면 연방정부에 400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사업보고서를 통해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연방정부와 노조, 채권자 등을 압박하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GM의 2월 자동차 판매실적은 12만6천170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53%나 감소하면서 1967년 이후 42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자동차회사로서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차량 판매지만 극심한 경기침체로 자동차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GM으로서는 외부지원 없이는 독자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십억 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돼도 차량 판매가 회복되지 않는 한 GM이 자금부족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FT는 6일자 신문에서 GM이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6월 1일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10억 달러를 갚을 여력도 없다고 밝혔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영국 신문 가디언 역시 GM이 이 보고서에서 미 재무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없다면 30일 내에 파산에 이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은 GM이 유럽 내 공장들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다며 EU 회원국의 산업장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회의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EU의 귄터 베르호이겐 산업담당 집행위원은 FT에 회의가 "곧 소집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 모임은 유럽 차원의 GM 구제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