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실함을 자랑하던 스위스 경제가 은행의 고객 비밀주의에 대한 논란 속에 흔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스위스를 대표하는 UBS가 미국과 유럽의 부유층 고객들의 탈세 문제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로 어려움을 겪는데다 스위스를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로 만든 산업도 고전하면서 안정한 것으로 정평이 난 스위스의 명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스위스 경제에서 고객 비밀주의를 바탕으로 한 금융부문은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의 자산은 2007년말 2조달러로 스위스의 국내총생산(GDP)의 4배에 달했고, 스위스 은행 전체 자산은 GDP의 6.8배에 이를 정도다.

이는 미국 상업은행의 자산이 GDP의 70% 정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은 비중이다.

또 스위스의 금융서비스분야가 GDP 기여도는 12.5%에 달해 유로화 사용국가들의 5%에 비해 매우 높은 실정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UBS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손실로 530억달러를 상각하는 등 타격을 입은데다 최근에는 고객 비밀주의의 명성에도 금이 가고 있다.

비밀계좌를 통해 미 부유층의 탈세를 지원한 혐의로 미 연방당국의 조사를 받아온 UBS는 지난달 250명 가량의 고객 명단을 넘겨주면서 미 정부에 과징금 7억8천만달러를 납부하기로 미 정부측과 합의했다.

이는 신뢰의 상징과도 같은 비밀주의에 손상으로 이어지면서 고객들의 소송을 불러왔다.

또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 주도로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를 막기 위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고 UBS가 어떻게 고객들의 탈세를 도왔는지에 관한 의회 청문회도 열리는 등 비밀주의에 대한 압박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UBS의 글로벌자산관리 부문에서는 지난해에만 고객들이 1천50억달러의 자금을 빼내갔다.

고객들의 자금 인출과 증시 하락 등으로 UBS의 자산은 2007년말의 2조달러에서 작년말에는 1조4천달러로 급감했다.

스위스 은행들이 흔들리면서 경제도 진통을 겪고 있다.

2004년에서 2007년까지 매년 3% 가까이 성장을 해왔던 스위스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4.4분기에는 마이너스 0.6%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이 -6.2%였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것이지만 올해 더 가파른 위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자금금융연구센터의 찰스 위플로즈 소장은 "스위스에서 금융부분이 핵심적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금융산업이 위축된다면 스위스의 삶의 질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우려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