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1.5%, 英 0.5%로 조정..英은 '양적완화정책' 병행
ECB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촉각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5일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 인하했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999년 ECB 창설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1.5%로 낮췄고 잉글랜드 은행도 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로 조정했다.

ECB는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금리를 2.25%포인트 인하한 뒤 지난달에는 경제 상황을 관망하기 위해 동결했으나 경기침체가 갈수록 심화하고 기업과 소비자들의 경기신뢰도가 계속 하락하는 데다 물가도 1%대 초반을 유지함에 따라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에 비해 1.5% 감소했다, '기술적 침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유로존의 2월 체감지수(ESI)도 1985년 1월 지수 산출이 시작된 이래 최저치인 65.4를 기록했으며 1월 실업률도 전년 동기의 7.3%에 비해 0.9%포인트나 상승, 28개월만에 최고치인 8.2%로 집계됐다.

반면 유로존의 물가는 1월 1.1%, 2월 1.2%로 1999년 이후 가장 낮고, ECB의 물가관리목표치인 2%를 훨씬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ECB의 금리인하가 예상됐던 것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면서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ECB가 2분기중 금리를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으나 미국이나 영국처럼 0%대까지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의 정도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들어 ECB가 기준금리를 올해 중반에는 1%까지 낮출 것이며 연말에는 0%대에 진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일부는 ECB가 미국이나 영국처럼 소위 '양적 완화 정책'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CB가 제한된 자산으로 어느 나라의 어떤 자산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 유로존 회원국들간의 이해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2%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0%도 적절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ECB가 유례없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어 유럽 경제의 회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어 조만간 0%대 금리나 양적 완화 정책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줄리안 캘로우 수석연구원은 ECB가 "경기 하강세의 심각성을 오판했다"면서 "ECB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경기회복을 늦추면서 유로존 경제가 2012년까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니크레디트 그룹의 아우렐리오 마카리오 유로존 담당 수석 연구원도 그는 "따라서 ECB가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한편 유동성 확대를 위한 비상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잉글랜드 은행도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한편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750억파운드(한화 약 166조원)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잉글랜드 은행은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향후 3개월간 중.장기 국공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할 것같다고 설명했다.

'양적 완화 정책'은 금리가 0%대에 진입, 사실상 금리정책이 소진할 경우 사용하는 유동성 공급 정책을 말한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