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저녁 서울 삼청동에 있는 '우물집'.회식 온 직장인들이 1인분에 9000원인 삼겹살을 주문했다. 같은 시간 신촌의 고깃집 '골목대장'에선 지갑이 얇은 대학생들이 둘러앉아 자장면의 절반 값인 1인분 2000원짜리 삼겹살로 포식을 했다.

서민들의 대표 외식 메뉴인 삼겹살 값이 음식점마다 천차만별이다. 기자들이 지난 한 달간 서울 강남,신촌,삼청동,대학로와 성남 분당 일대 음식점들의 삼겹살 1인분(150g기준) 가격을 조사한 결과 최저 2000원부터 최고 9000원까지 가격 차가 4.5배나 됐다. 설렁탕이 2.5배(4000~1만원),김치찌개가 2배(3500~7000원) 등인 것과 비교할 때 삼겹살이 얼마나 '고무줄 가격'인지 알 수 있다.

국산이 수입산보다 최대 2배 비싸

압구정 A생삼겹은 1인분 가격이 9000원,양재동 B식당에선 8000원을 받는 등 강남권 삼겹살 가격은 대개 8000~9000원 수준이었다. 삼청동 C식당은 1인분 9000원을 받는 반면 왕십리 D고기마당은 4000원,대학로 E고기촌과 분당 F식당은 3000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음식점마다 삼겹살의 가격 편차가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국산이냐 수입산이냐의 차이다. 지역별로 점포 임대료 등에 차이가 있는 점도 한 이유이지만 원산지가 1인분 가격을 좌우하는 것이다. 3000~4000원짜리 삼겹살은 대개 벨기에,칠레,호주 등 수입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육류유통수출입협회에 따르면 냉장 삼겹살의 소매점 공급가(작년 말 기준)는 국산이 ㎏당 1만2000원인 반면 수입산은 6000원대로 약 1.5~2배 차이가 났다. 수입 냉동 삼겹살은 4000원 수준이다. 삼겹살 전문점 '떡쌈시대'의 이호경 대표는 "수입산 가운데 육가공 업체와 가정 판매 물량을 뺀 절반가량을 외식업체가 소화하고 있다"며 "손익을 따져 볼 때 1인분 7000원 이하로 팔리는 삼겹살은 90% 이상이 수입산"이라고 말했다.

냉동 수입산이 국산 둔갑도

불황이 깊어지면서 음식점마다 손님이 줄어드는 반면 재료비,인건비,임대료 등 각종 비용은 늘어 점주들이 수입산을 선호한다. 국내 산지 돼지값이 떨어져도 삼겹살 1인분 가격이 요지부동인 것은 수입산을 쓰는 음식점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 국산의 3분의 1 수준인 수입 냉동 삼겹살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업소들도 있다는 점이다. 대학로 G식당 관계자는 "일부 업소에선 수입 냉동 삼겹살을 아예 국산으로 속여 팔거나 값싼 앞다리살 · 목심살을 섞어 판다"고 귀띔했다.

수입 삼겹살 수요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사료값 폭등 등으로 국내 돼지 사육 두수가 감소한 것도 한 원인이다. 삼겹살 수입량은 2005년 8만3076t에서 지난해 11만3154t으로 늘어났다. 국산 삼겹살 생산량이 지난해 14만2707t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삼겹살 유통량의 44.2%가 수입 삼겹살인 셈이다. 지난해 들여온 삼겹살은 오스트리아(1만5845t) 프랑스(1만5611t) 벨기에(1만4082t) 칠레(1만3171t) 등의 순이었다.

장성호/이요한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