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3월 위기설' 등을 제기하며 한국을 불안하게 보는 일부 해외 언론의 우려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외신 기자들과 '스킨십'

윤 장관은 '외신과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간담회장에 들어와 바로 연단으로 가지 않고 외신 기자들이 앉아 있는 각 테이블을 돌면서 일일이 악수나 포옹을 하며 명함을 교환했다. 일본 NHK 특파원에게는 "한국말 발음이 왜 이리 좋습니까"라며 칭찬을 건넸다.

준비해 온 영문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기에 앞서 윤 장관은 노대래 차관보,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급),김교식 기획조정실장 등 배석한 재정부 간부 한 사람 한 사람을 외신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윤 장관은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정보가 많은 이들"이라며 "이 중 누구라도 접촉을 시도한다면 반갑게 여러분들의 취재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환율 문제 질문 쏟아져

외신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는 역시 원 · 달러 환율 급등과 한국의 단기채무 과다 문제였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세계 6위인데도 밖에서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많은데 왜 그런 것 같으냐"는 질문에 윤 장관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의 비애를 느낀다"며 "외환보유액뿐 아니라 총 900억달러 규모의 한 · 미 한 · 중 한 · 일 통화 스와프 등 제2,제3의 보호막이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대외 지급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정 환율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환율은 그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과 수급을 반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또 다른 외신 기자가 바로 이어서 "그렇다면 현재 환율 수준이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느냐"고 질문하자 윤 장관은 "외환당국으로서는 환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피해 나갔다.

에반 램스타드 월스트리트저널 서울 특파원은 "한국 정부가 '잡 셰어링'을 권장하고 있는데 기업이 이런 사회적 압력에 못 이겨 해고를 마음대로 못한다면 비용 절감이 어렵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는 어디까지나 권고하고 유인책을 제시할 뿐이지 기업에 강요는 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는 법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할 자유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런 자리 자주 있었으면"

이날 간담회에 대해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은 다행"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AP통신의 켈리 올슨 특파원은 "정부와의 접근 루트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 장관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라며 "간담회를 자주 또는 최소한 정기적으로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송정아 특파원은 최근 FT 보도에 대해 한국 정부가 틀린 수치를 인용한 것이라고 반박한 것과 관련,"팩트가 아니라 관점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평소 한국 정부가 외신을 국내 언론만큼 자주 만나지 않다가 비판적인 칼럼이 나오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해명 자료를 내놓는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벨기에 신문인 유로 폴리티크의 세바스티앙 파예티 특파원은 "한국의 경제 관료들을 '모피아'라고 한다던데 오늘 이렇게 진솔하게 답변할 줄은 몰랐다"며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주한 특파원들은 정부 당국자와의 접촉 기회가 없다 보니 오해가 생기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현/강현우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