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휘 교수 코바코 세미나서 연구결과 발표

불황기에 기업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비용 중 하나가 바로 광고비다.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기업들은 먼저 제품판매에 직접적인 지원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는 광고부터 줄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황기에 오히려 광고투자를 늘리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매출 증대와 시장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불황기에 경쟁사들이 소극적인 광고 활동을 하기 때문에 같은 광고비라도 높은 광고점유율(SOV.Share of Voice)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6일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는 `경제 활성화와 광고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분석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광고 효과 전략'이라는 발제문에서 최근 광고주의 71%가 매출감소와 긴축경영으로 올해 광고예산을 줄이겠다고 답변했다면서 IMF 외환위기 전후의 상황과 비교해 불황기 광고시장의 특징을 소개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신문, 방송 등 4대 매체에 대한 총광고비는 3조 4천845억 원으로 1997년보다 1조 8천864억 원(36%) 감소했다.

주요 그룹의 이미지 광고가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불황기에 오히려 적극적인 광고집행으로 매출을 크게 늘리고 장기적으로도 고성장을 이룬 기업들이 상당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기획이 1997년 기준 광고비 집행규모 상위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998∼1999년 광고비를 1997년보다 10% 이상 늘린 55개 기업은 같은 기간 매출이 199% 늘었고 이후 2000∼2002년 경기 회복기에도 97년 대비 연평균 307%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10% 이상 광고비를 줄인 119개 업체는 1998∼1999년에는 매출이 평균 6% 정도 줄고 2000∼2002년 매출 증가율도 연평균 141%에 그쳤다.

미국 맥그로힐연구소가 1980년대 미국 불황기의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광고비와 매출액 관계를 분석한 결과 불황기에 광고를 늘리거나 유지했던 기업은 5년 뒤에 3.7배 매출이 성장했지만 광고비를 삭감한 기업은 1.2배 성장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광고대행사 덴츠도 1985∼1986년 불황기의 일본 874개 기업을 대상으로 광고비와 시장 점유율 간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불황기에 광고비를 10% 이상 늘린 기업은 시장점유율이 평균 6.9% 상승했지만 광고비 삭감 기업은 시장점유율이 2.4% 감소했다.

실제 닛산자동차는 당시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2위로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적자가 지속했으나 1992년 이후 광고투자를 거품 경제 당시 수준으로 확대한 결과 1995년 흑자를 이룰 수 있었다.

샤프도 거품 경제 붕괴 직전에 시장 점유율이 5위였으나 경기 침체기에 지속적인 광고투자를 확대해 불황을 조기에 탈출할 수 있었으며 이익률도 업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

동서식품은 IMF 위기가 찾아온 98년 '맥심'의 광고비를 전년보다 30%나 늘리는 과감한 선택을 했고 그 결과 98년 57%에 그쳤던 맥심의 커피 시장 점유율은 99년 64%로 껑충 뛰었다.

99년 매출도 IMF 이전인 97년에 비해 22%나 성장했다.

동서식품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않는 불황기에 역발상으로 업계 1위 자리를 굳힌 것이다.

김 교수는 "불황기 기업은 단기적 이익창출의 광고보다 장기적으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소비자가 기업, 브랜드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 연상, 품질감 등을 무형의 자산으로 잡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불황일수록 가격 대비 가치를 중시하는 합리적 구매패턴이 강해지므로 ▲가격 추구형 광고 ▲핵심기능만을 강조한 광고 ▲확신을 줄 수 있는 메시지 ▲불황에 대한 공감으로 신뢰를 쌓는 광고가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