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사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외국 선주가 '워크아웃 개시'를 빌미로 배 발주를 취소하고 선수금 환급을 요구하면서 생존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때문이다.

당장에 문제가 된 곳은 진세조선이다. 그리스인 선주가 지난 2일 3만2000t급 벌크선 6척과 관련,워크아웃에 들어가 배 건조가 안되니 4000만달러의 선수금을 돌려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한 것.진세조선은 지난 1월 말 채권단에서 C등급(부실 징후기업)을 받아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태다.

진세조선은 돌려줄 돈이 없다. 이에 따라 선수금 환급이 결정될 경우 RG(선수금 환급보증)를 서준 국민은행(주채권은행)이 4000만달러를 대신 지급하고 여기에 RG보험을 제공한 흥국쌍용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이 최종적으로 돈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금이 들어온 시점보다 원 · 달러 환율이 급등해 보험사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진세조선은 2000년 설립 이후 65척을 수주했지만 지난해부터 24척이 취소됐다. 이처럼 발주가 취소되고 RG 결제 요청이 잇따르자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중단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RG 콜이 들어올 경우 계속기업 가치가 낮아지는 만큼 청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RG를 추가로 내줄 가능성이 없어 신규 수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환율 급등으로 회사 측이 미리 팔아놓은 수억달러 규모의 선물환에 의한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신청해 회사를 청산하고,짓고 있던 배는 계약이전 방식으로 다른 조선소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럴 경우 다른 선주들도 RG 결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계약이전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실사 결과가 나오는 다음 주 말께 진세조선 처리 방안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진세조선은 부산에 본사를 둔 중소형 선박회사로 세계적인 해운잡지 클락슨이 매긴 순위로 68위다.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회사는 녹봉조선과 대한조선이다. 그 밖에 정상으로 판정받은 16개 중소 조선사의 경우도 경기침체로 발주 취소가 이어지고 있어 조선사 구조조정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