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개발 중인 녹색(친환경)기술에 기존 에너지와 정보통신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라."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각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 · 산업계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생존'을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SK그룹이 10년 후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신성장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녹색산업이다. SK는 최근 2015년까지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린기술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분야의 7대 중점 추진과제를 확정했다. 녹색산업 육성을 위해 내년까지 투입하는 투자비만 총 1조원에 달한다.

◆그린오션 개척 주력

SK가 이번에 확정한 7대 중점 추진과제는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도시(U-Eco city) 등이다. 이 중 태양전지와 그린카 등의 분야에선 이미 가시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내고 있다.

SK에너지는 201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수조원대의 매출을 내는 주력 사업으로 키워 나갈 방침이다. 태양전지 분야에서는 SKC가 최근 핵심 소재인 불소필름과 우주인 선외활동(EVA) 시트를 동시에 개발,수원공장에 양산 체제를 갖췄다. SKC는 2012년까지 불소필름 매출을 1900억원으로 끌어올려 세계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높일 계획이다.

SK에너지는 세계 최초로 이산화탄소를 기초 원료로 한 친환경 플라스틱 '그린폴(Green pol)' 양산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린폴은 이산화탄소에 자체 개발한 촉매를 결합시켜 만든 고분자 화합물로 기존 플라스틱 소재와 비교해 투명성,무독성,수분 차단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K에너지는 2012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SK케미칼,SKC 등 관련 계열사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첨단 에코도시 신성장엔진으로 육성

7대 중점 추진과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첨단 그린도시(U-Eco city)'사업이다. SK텔레콤과 SK C&C 등의 정보통신 기술과 SK건설의 친환경 건축 기술,SK에너지 등의 에너지 절감과 폐수처리 기술 등을 함께 묶어 '지속 가능한 미래도시'를 조성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사업은 각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및 정보통신 기술을 결집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SK는 그동안 SK텔레콤 등이 국내외에서 추진해 온 U-시티(유비쿼터스 도시) 사업에 친환경 녹색기술을 결합한 이 사업을 그룹 차원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키워 나갈 예정이다.

◆생명과학 분야 진출

생명과학 분야도 그룹 차원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신성장산업이다. SK㈜는 생명과학 분야 신약개발사업과 CMS(의약중간체)사업을 핵심 포트폴리오로 육성하고 있다. 신약개발사업의 경우 1993년 이후 중추신경계 분야의 신약 후보물질을 다수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활발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SK㈜는 한국 미국 중국에 각각 연구소를 두고 중추신경계 신약개발을 진행하며 매년 1개 이상의 임상시험 승인 물질을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독자 개발한 간질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에 대해 FDA에 판매 승인을 신청했다. 회사 측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내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간질 치료제의 국제 시장 규모가 연간 4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며 "카리스바메이트 판매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해외 판매업체인 존슨앤드존슨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기로 한 만큼 미래의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