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3개월 이상 연체로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되기 전에 채무재조정을 해주는 프리워크아웃 제도가 도입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4일 자산관리공사 내 신용회복지원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당초 5월부터 추진할 예정이던 다중채무자 대상 프리워크아웃을 4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며 "경기침체로 금융권 연체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대출이 5억 원 미만인 다중채무자 중 연체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만기연장과 이자감면 등의 방식으로 채무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금융회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기업이 부실해지기 전에 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채무를 조정 받는 것처럼 3개월 미만 가계대출 연체자의 채무부담도 완화해주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이다.

지금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이들만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를 통해 이자탕감과 상환기간 연장 등 채무 조정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채권 금융회사들과 신용회복지원협약을 새로 체결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자가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일정한 기준에 따라 만기연장과 함께 이자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채무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연체가 있는 다중 채무자가 모두 지원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며 "지원제도를 악용해 의도적으로 대출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방안 등에 대해 유관기관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회복기금과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과 대부업체 등에서 3천만 원 이하를 3개월 이상 연체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도 내달부터 시행된다.

진 위원장은 "당초 5월부터 3천만 원 이하 대출자로 채무조정 대상을 확대키로 했던 것을 앞당겨 4월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채무조정 대상 확대로 20만명 정도가 추가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작년 12월부터 1단계로 1천만 원 이하를 3개월 이상 연체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체이자를 탕감하고 원금을 최장 8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게 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5천억 원인 신용회복기금 규모도 7천억 원으로 확대된다.

진 위원장은 "지난 2일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돼 금융회사가 추가로 2천억 원을 신용회복기금에 조만간 출연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 자금이 기금에 조속히 출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위가 저신용자 금융지원 일정을 앞당긴 것은 경기침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권 빚을 연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진 위원장은 "최근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온 국민이 합심해 자신감을 갖고 대처하면 극복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금융소외자 지원에 대한 정책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은행법 통과가 무산된 것에 대해 "소유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이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법인데 통과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비금융회사의 은행 지분소유를 4%로 제한하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