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현안에만 몰두하면 2~3년 후에는 새로움이 없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어렵다고 움츠러들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해 나가자."

구본무 LG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신기술과 신사업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자 화학 통신 등 기존 3대 중점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 녹색사업 등의 신사업을 추가하는 것이 LG그룹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을 넘어 통신기술 표준에 도전

LG의 대표적인 신기술은 휴대폰으로 음성,화상,멀티미디어,인터넷,음성메일 등 모든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09'에서 세계 최초로 LTE 단말기를 통한 초고속 무선 전송에 성공했다. LTE 모뎀칩이 내장된 USB 형태의 데이터 카드를 이용,고화질(HD)급 영화 2편을 초당 60메가비트(Mbps)의 속도로 전송했다. 3세대 이동통신으로 알려져 있는 SK텔레콤 'T라이브'나 KTF '쇼'와 같은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7.2Mbps 다운로드 기준)과 비교하면 8배 이상 속도가 빠르다.

LG전자 관계자는 "휴대폰을 판매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 버라이즌,영국 T모바일,일본 NTT도코모 등 주요 통신사들과 LTE 상용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TE는 빠르면 2010년께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 자동차용 전지로 친환경 시장 도전

신사업은 친환경 그린 비즈니스 쪽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LG화학은 올초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의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 · 기아자동차가 올해 하반기 국내 최초로 양산 예정인 하이브리드카에 장착하는 리튬 폴리머전지도 LG화학이 만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용 대형 전지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존 전지사업부에서 전기자동차용 전지 사업부를 떼어내 CEO 직속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에 들어가는 유리기판을 만드는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LCD 패널을 제작하는 LG디스플레이와 수직 계열화를 이뤄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최근 독일 쇼트사로부터 LCD 패널용 유리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차세대 조명으로 불리는 LED(발광다이오드) 사업은 LG이노텍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LED는 양과 음의 전기적 성질을 지닌 두 화합물이 접합해 전기가 흐르면 빛이 발생하는 반도체다. 전기에너지의 90%가 빛으로 바뀌기 때문에 40% 정도가 전환되는 형광등에 비해 효율이 높다. LG는 2012년까지 LED 분야에 총 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태양광에서 조력 풍력으로

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사업도 그린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LG는 지난해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에 1100억원을 투자해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순간 발전용량 14메가와트(㎿)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상업발전을 개시했다. 이 발전소는 지주회사인 ㈜LG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 LG솔라에너지가 완공했다. LG솔라에너지는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킬로와트(㎾)당 677원에 판매,연간 1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LG화학,LG전자,LG솔라에너지 등 계열사별로 원재료 생산부터 발전소 건설까지 역할 분담을 확정해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LG화학이 태양전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만들고 이를 실트론이 받아 웨이퍼로 만든다. LG전자가 웨이퍼를 가공해 태양전지 셀과 모듈을 제작한다. LG CNS는 태양광발전소 사업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LG솔라에너지가 태양광발전소의 건설과 운영을 담당한다.

회사 관계자는 "태양광 외에도 다양한 친환경 발전 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조력 풍력 등의 발전 방식이 수익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