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대산단지에 생산 거점을 둔 삼성토탈은 최근 전남 여수단지에 있는 GS칼텍스와 방향족 혼합물 공급계약을 맺었다. 삼성토탈이 공장가동 과정에서 연간 7만t씩 산출되는 부산물인 방향족 혼합물을 GS칼텍스에 넘겨 준다는 게 골자다. GS칼텍스는 방향족 혼합물을 각종 연료 및 화학제품의 용매로 사용해 톨루엔 자일렌 등 화학제품을 만들게 된다.

두 회사의 계약은 잉여부산물 효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단지밖 입주업체간의 협력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토탈과 GS칼텍스는 이번 계약으로 운송비 등을 제하고도 각각 60억원의 추가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생존 해법,콜래보노믹스에서 찾는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석유화학업체들의 '콜래보노믹스(Collaboration+Economics · 상생경제학)'가 확대되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라면 석유화학단지내 경쟁업체는 물론 단지밖 업체와의 상생협력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전통적으로 동종업체간 협력사례가 드물었다. 지난 10여년 호황을 구가해온 탓도 있지만,물량교환 등이 원가절감이나 수익성 증대보다 자칫하면 제조기술과 생산능력 등 영업비밀 노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중동 중국 등의 대규모 증산경쟁에 따른 수급악화에 불황까지 겹치면서 석유화학업계의 상생협력은 경쟁력 제고차원을 넘어 생존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경영혁신을 통한 내부 원가절감에는 한계가 있다"며 "원가 절감 및 수익성 증대를 위해 업체간 상생협력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졌다"고 말했다.

국경 뛰어넘는 상생협력도 추진

단지내 입주업체들간 원료 공동구매 및 교환이 단지 밖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일부 업체는 중국 등 생산원가가 낮은 생산기지를 통한 교차생산 등 국경 밖의 상생협력까지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산 석유화학단지내에 있는 삼성토탈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부터 상호간 수소공급계약을 통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수소는 삼성토탈엔 메탄가스 프로판가스처럼 공장 가동을 위한 값싼 에너지원중 하나지만,현대오일뱅크엔 원유 정제를 위한 탈황시설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핵심원료다. 삼성토탈이 값싼 원료로 대체하고,수소를 현대오일뱅크에 공급함으로써 양사는 200억원 이상씩 수익증대 효과를 얻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안정적인 수소 공급선을 확보,2개 수소공장 중 한 곳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SK에너지 울산공장과 코오롱 구미공장도 인근 석유화학업체로부터 폐열을 수거,연간 60억~80억원의 에너지비용을 줄이고 있다.

프로필렌 생산 · 저유소 부지도 상생으로 해결

삼성토탈은 지난해 대산단지에 650억원을 투자해 프로필렌 생산설비(OCU) 공장을 완공했다.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OCU공장은 삼성토탈,롯데대산유화,LG화학 등 대산석유화학단지 입주 업체간 상생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공장은 연간 20만t의 프로필렌 중 8만t은 롯데대산유화에,2만t은 LG화학에 공급하는 것을 전제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들 3개사는 원료 교환 및 생산품 분배 등 OCU공장의 공동운영을 통해 연간 25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정유업계 라이벌인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부터 강원도 동해 저유소(저장탱크)를 공동 사용키로 계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험시설'로 분류되는 저유소 신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적지 않은데다 땅값마저 뜀박질,저유소 확보가 여의치 않자 양사는 저장탱크를 공동사용키로 합의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정유업체가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 간헐적으로 시행했던 물량 교환도 최근 들어 빈번해졌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