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임박했다. 류성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조만간 당정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본지는 적절한 규모와 지급 방법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규모,지원 방식 등이 백가쟁명 수준이어서 국회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적정 규모

"경기 침체를 막으려면 50조원은 돼야 한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주장에서 재정지출로는 경기 보완 효과 없이 경제에 주름살만 남길 것이라는 '추경 무용론'(최광 한국외대 교수)에 이르기까지 견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뤘다.

윤 교수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을 대략 1000조원으로 본다면 지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그 5%에 해당하는 50조원의 추가적인 재정적자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숨에 충분한 물량을 쏟아붓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침체의 폭과 속도를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재정으로 경제성장률을 2~3%포인트 끌어올려야 고용이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 정도의 효과를 보려면 30조원은 족히 투입해야 하고 또 그럴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취약계층 지원,고용 침체 보완,중소기업 지원,인프라 투자 확대 등 추경 사업으로 고려되는 사업의 다양성과 규모를 생각하면 아무리 줄여 잡아도 15조원에서 20조원 정도는 돼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은 "단숨에 30조~50조원이나 되는 예산을 썼다가 만약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장기화될 경우 중기 재정건전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된다"며 "이번에 추경이 필요하다면 시급한 사업을 잘 골라내서 15조원 정도에서 끊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국민에게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하지 않고 전체 규모부터 거론하는 게 과연 옳으냐"며 "어떻게든 돈만 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생계 지원 방식

경기 진작을 위해서라면 사용 기한을 정한 소비쿠폰을 나눠 주는 게 맞고,생계가 곤란한 이들에 대한 지원만을 생각한다면 현금 지급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소비쿠폰제는 저축이나 생필품 지출 외에 다른 곳에 전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내수 진작 효과가 뛰어나다"며 "사용 만기 제한을 둬서 '쿠폰깡'(쿠폰 변칙 할인) 시장이 형성될 틈을 주지 않는다면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 부장은 "쿠폰 배포의 복잡한 절차와 행정비용을 생각해야 한다"며 "정말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게는 현금을 줘도 곧바로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취약계층 지원으로 목적을 한정한다면 굳이 쿠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재원 마련

한국은행의 국채 직접 매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았다. 유 본부장은 "늘어난 국채 물량이 회사채에 대한 수요를 잠식하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가급적 공적 부문이 최대한 국채 물량을 인수하고 그것도 안 된다면 한국은행이 직매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부장도 "한은이 시중에 유동성을 더 공급하려는 통화정책 방향을 갖고 있다면 그 방법의 하나로 국채 직매입을 통한 통화 증발(增發)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 실장은 "가급적 국채는 시장에서 소화하고 한은은 기업어음(CP) 인수 등을 통해서 금융시장 안정에 힘을 집중시키는 것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