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프리미엄급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불티'

경기 불황에도 전자제품 시장에서는 오히려 수 백만원을 훌쩍 넘는 프리미엄급 전자제품이 더 잘 팔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소비 양극화 추세와 더불어, 눈에 띄는 기능과 디자인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른바 '가치 소비' 경향이 확산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월 선보인 2009년형 지펠 퍼니처(가구) 스타일 냉장고는 출시 한 달만에 5천대이상 팔렸다.

요즘같은 경기 상황에 평균 200만원이 넘는(모델에 따라 출고가 174만~260만원) 프리미엄급 신제품이 이처럼 큰 호응을 얻자 업체조차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신제품이 출시된 뒤 판매가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최소 한 달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제품은 반응이 매우 빠른 것"이라며 "덕분에 프리미엄급 냉장고 판매가 불황 속에도 작년 같은기간보다 5% 정도 늘었고, 전체 판매 가운데 프리미엄급 비중도 15% 가까이 커졌다"고 밝혔다.

지펠 퍼니처 스타일 냉장고는 돌출된 손잡이를 없애고 프레임 두께를 줄이는 등 전반적으로 세련된 느낌의 '주방 가구'로 손색이 없도록 디자인됐다.

편의성 측면에서 홈바의 크기를 키우는 동시에 위치도 낮췄고, 선반의 내부 용량도 동급 다른 냉장고와 비교해 39%나 넓혔다.

작년 9월 출시된 하우젠 버블 세탁기 역시 1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임에도 출시한달 반만에 1만5천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최단시간 최다판매 세탁기' 기록을 세웠고, 지금까지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측의 설명이다.

버블(거품)세탁 방식을 통해 물과 전기 사용량, 세탁시간을 각각 32%, 22%, 50% 가량 줄인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LG전자의 경우 400만원대이상의 '럭셔리'급 에어컨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에어컨 예약판매 접수 결과, 400만원대 이상의 럭셔리급 이상 모델의 판매 비중(물량 기준)이 2월말 현재 20%에 이른 상태다.

지난해 예약판매 당시 2월말 기준 럭셔리급 이상 비중이 10%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2배로 늘어난 셈이다.

LG전자 2009년형 휘센 에어컨 가운데 최고급 모델인 '포에버 와인 드레스' 시리즈(출하가 400만원대)의 앞면은 목걸이 모양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됐고, 밑부분 역시 유리구두를 형상화한 크리스털 무드조명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인체 감지 로봇'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와 수에 따라 방향과 세기를 자동으로 조절, 기존 제품 대비 냉방 속도를 두 배 이상 높인 반면 소비전력은 55% 가량 줄였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호조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불황에도 불구,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소비 계층이 그만큼 두텁다는 얘기"라며 "최근 에어컨이 4계절 모두 사용할 수 있고, 거실 공간에서 차지하는 인테리어 비중도 커짐에 따라 다소 비싸더라도 고급 제품을 장만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자신의 기준만 만족시킨다면 고가의 제품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구매하는 '가치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이라며 "명품은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혁신적 기술과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감성과 편의성을 만족시킨 전자제품은 가격과 경기에 상관없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퍼니처(가구) 스타일의 2009년형 지펠 냉장고>



<'포에버 와인 드레스' 2009년형 휘센 에어컨>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